생원일기

까치의 수난

재정이 할아버지 2017. 8. 24. 06:06

까치가 사라졌다

그렇게 많던 까치가 지난해 겨울부터 안보이더니 이제는 아예 자취도 없다

십여년전 내가 이 마을로 이사를 왔을때 열렬히 환영을 한것은 까치였다

주막공원 주변에 수십마리의 까치들이 아침 저녁으로 짓어대며 우리를 반겼다

도시의 낯선 동네로 이사를 와서 이웃에게 시루떡 접시를 돌리며 인사를 나누기는 했지만 얼굴을 익히고 눈인사라도 나누기 까지는 한참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런데도 까치는 첫날부터 우리를 반기고 아침 저녁으로 문안인사 까지 하던 기특한 새였다

까치는 우리나라 민화나  옛날 이야기에 단골로 등장하는 텃새이고 길조이다

무궁화가 우리나라 국화라면 까치는 국조다

지금은 국조가 아니지만 당시의 여론조사에서 선호도 1위로 국조가 되었던 새다

아침에 까치가 울면 좋은 소식이 온다고 해서 새벽부터 시끄럽게 울어도 싫지 않은 까치소리다

까치의 불행은 사람과 너무 친화적이어서 사람과 가까이 살고 사람이 먹는 것은 모두 좋아하는 생태습성 때문이다

농민들이 농사지은 곡식과 과일을 떼거지로 달려들어 먹어치우는 등쌀에 급기야 유해조수로 지정되었다

도시에 사는 까치는 집을 지을 마땅한 나무가 없으면 전봇대에도  집을 짓는다

그것도 까치가 미움을 받는 이유다

사람은 잔인하다

사람이 사는데 불편하고 해를 끼치는 동물은 잔인하게 없애버린다

얼마전에 우리집 앞 전봇대에 까치가 집을 지었다

한전에서 출동하여 짓고 있는 까치집을 철거하였다

까치도 고집이 대단하여 철거된 그 자리에 또 집을 지었다

한전에서 다시 출동하여 까치집을 철거 하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까치집만 철거한 것이 아니고 집을 짓고 있는 까치를 총을 쏘아서 잡았다

한전 직원들은 죽은 까치의 목을 끈으로 묶어서 까치집 자리에 매달아 놓았다

남은 까치 한마리는 죽은 까치 옆에서 며칠동안 울고 있엇다

죽은 까치 옆에서 울고 있는 까치를 바라보며 마누라도 같이 울었다

우리 마을 까치들도 주변 과수원에서 신고하여 포수들이 총으로 잡아간 것이 틀림없다

아이들이 노는 공원이름이 주막공원이라 어울리지 않는다

구청장에게 까치공원으로 이름을 바꾸자고 부탁을 하기도 했었는데 이제는 까치가 없다

공원에서 놀던 아이들이 나에게 펭귄이냐고 물어보던 까치다

모래밭에서 어그적거리며 걸어다니는 모습은 펭귄을 닮기도 했다

아이들과 과자를 나누어 먹으며 같이 놀던 까치는 인간의 이기심 앞에 사라졌다

다음은 내 차례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삼시 세끼를 먹으며 이런 저런 잔소리로 꼰대짓이나 하면 마누라가 고려장을 보낼지 모른다

국조가 유해조수로 운명이 바뀌는 것은 여반장이었다

집안의 기둥이 똥친 막대로 바뀌는 것도 시간 문제다 

마누라 심부름도 잘하고, 방 청소도 잘하고, 주말농장 농사도 열심히 해야 한다

슬프다  

'생원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충제  (0) 2017.08.28
싸이렌(siren)  (0) 2017.08.25
장롱면허  (0) 2017.08.23
도둑질  (0) 2017.08.21
시사만평  (0) 2017.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