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원일기

별난 생일

재정이 할아버지 2017. 12. 5. 06:44

새해 달력을 얻었다

새해 달력이 나오면 연휴가 언제 얼마나 들었는지 부터 찾아 본다

오랜 직장생활에서 비롯된 습관이다

월급쟁이 입장에서는 노는 날이 많은 것이 횡재를 한 기분이어서 제일 궁금했다

은퇴자의 입장이 되니 이제는 휴일도 연휴도 의미는 없다

오히려 휴일이나 연휴에 일이 생기면 거북하다

교통도 불편하고 안되는 것들이 많아서다

공휴일은 일하는 사람이 누리는 특권이다

열심히 일하는 젊은 직장인들에게 휴일을 내어주고 평일에 볼일을 보는 것이 여유롭고 편하다

새달력을 받으면 수첩을 꺼내들고 집안의 대소사를 달력에 표시하는 것이 마누라의 새해 준비다

일상생활은 양력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달력에 표시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집안의 기제사와 생일은 음력으로 치룬다

음력으로 치루는 대소사는 꼼꼼히 챙기지 않으면 지나치기 십상이다

한해를 양력과 음력으로 살아가는 것은 번거럽고 불편한 일이다

요즈음에는 달력에 음력이 제대로 표기되지 않아서 더욱 그렇다

음력은 우리나라만 쓰는 것이 아니다

양력과 달리 음력은 나라마다 지역마다 또는 종교에 따라 조금씩 달라서 일율적이지도 않다

많은 나라들이 우리나라처럼 일상생활은 양력으로 신앙과 풍습은 음력을 쓰기 때문에 이상할 것도 없다 

우리나라도 한때는 이중과세의 폐단을 없앤다고 고유의 명절인 정월 초하루를 명절 공휴일에서 제외하여 많은 불편을 겪었다

신정이다, 구정이다 말도 많았지만 이제는 양력 1월 1일은 새해 첫날이라는 의미로 공휴일이고 음력 정월 초하루는 명절공휴일이 되었다

전통풍습인 명절뿐만 아니라 기제사와 생일도 아직 까지는 음력이 대세다

우리집은 모두 음력으로 기제사와 생일을 챙기는데 며느리를 들이고 보니 며느리는 생일을 양력으로 지내고 있었다

손자가 생겨서 손자생일을 며느리가 양력으로 하겠다고 하여 허락했다

내생일은 음력으로 10월 하순이고 양력으로는 12월 초순이다

새달력을 꺼내들고 집안 일을 표시하던 마누리가 깜짝 놀란다

공교롭게도 금년 나의 생일이 음력과 양력이 같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은 음력생일과 주민등록에 등재된 양력생일 두가지가 존재한다

음력생일이 진짜생일이고 양력생일은 의미없는 서류상 생일이다

가끔은 음력생일을 양력생일로 환산해야 하는 일도 생기는데 올해는 음력생일과 양력생일이 일치하는 해가 된 것이다

음력생일과 양력생일의 날자 차이가 커서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내가 태어나던 해도 올해와 같이 윤달이 든 해였던 모양이다

우리가족 생일은 여러모로 특이하다

우리 부부는 생일이 같은 날이다

정확하게는 마누라 생일이 나보다 하루 빠르다

생일이 하루 빠른 마누라는 자기 생일날 내 생일 준비로 힘든 날이 되었다

집을 떠나 있는 가족들도 이틀 연속 찾아오는 것이 번거로웠다

현실적 대안으로 마누라 생일은 늦추어서 저녁에 내 생일은 당겨서 전날 저녁에 생일을 치루기로 합의해서 하루가 되었다

아들 둘은 쌍둥이라 자동으로 한날이다

며느리와 손자는 같은 날은 아니지만 1월 8일과 8월 1일이다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날짜 조합이 기가 막히다

우리는 아들 생일을 한번에 치루어 좋고, 아들도 부모생일을 한번으로 끝내니 좋다고 한다

나의 주민등록번호 앞자리는 001225다

서류상 법정생일이 크리스마스이다

그러니까 나의 생일은 음력, 양력, 법정생일까지 세개가 되는 것이다 

실제 생일과는 관계없는 날이지만 아버지가 임의로 올려준 날이 하필이면 크리스마스다 

이래 저래 나와 우리 가족 생일은 하나도 예사로운 것이 없다

법정생일인 크리스마스가 되면 나의 이메일과 전화기는 불이 난다

메리 크리스마스!!! 생일 축하합니다!!!

내가 태어난 날도 아니고 특별한 날도 아닌데 법정생일 12월 25일이되면 축하전화 받기에 바쁘다

전 세계가 나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축제까지 열어주니 고맙기도 하다

세상에는 별난 생일도 많지만 올해는 음력과 양력 까지 같아서 더욱 특별한 생일이다  

'생원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해  (0) 2017.12.07
눈보라  (0) 2017.12.06
음식 맛  (0) 2017.12.02
냉장고  (0) 2017.12.01
아기 밥 먹이기  (0) 2017.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