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원일기

오해

재정이 할아버지 2017. 12. 7. 06:09

마누라 얼굴에 근심이 가득하다

잠깐 외출을 하면서 전화기를 두고 나간 사이에 내 친구에게서 전화가 온 모양이다.

일 년에 몇 번씩 부부동반 모임을 하는 친구다

마누라도 그 친구를 잘 아는 사이여서 안부를 묻다가 친구 아들이 교도소에 있다는 말을 설핏 들었다는 것이다 

그 친구 아들은 공부를 잘해서 좋은 대학교에 입학했다고 마누라가 짙투까지 하던 친구다

아들이 왜 교도소에 있는지는 차마 물어볼 수 없었다며 몹시 궁금한 눈치였다

몇 해 전 모임에서는 친구 아들이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고 푸짐하게 한턱을 낸 적도 있어서 나도 궁금했다

친구에게 조심스럽게 전화를 했다.

먼저 전화를 왜 했는지 물었다

친구는 그냥 안부 전화였노라면서 내가 잘 있는지를 물었다

나는 잘 있는데 친구는 어떻게 지내는지를  물으니 여전히 명랑한 목소리로 잘 있다고 했다.

교도소에 갔다는 아들을 염두에 두고 걱정되는 일은 없느냐고 물었더니 백수라 할 일이 없는 것이 걱정이라고  환하게 웃는다

친구 간의 통상적인 화제로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가장 궁금한 아들은 잘 있는지를 물었다

아들은 00 교도소에 있다고 했다

착한 아들이 어쩌다 그렇게 되었느냐고 위로를 하자 친구는 정색한다

교정공무원이 교도소에 있는게 당연한 것 아니냐며 오히려 나를 나무란다

말은 얼굴을 마주 보고 끝까지 들어야 오해가 없다.

전화는 감정없이 소리만 전달된다.

요즈음은 조그만 전화기가 세상을 움직이니 편하기는 한데 자칫하면 오해를 낳고 얼키고 설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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