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원일기

진상고객

재정이 할아버지 2017. 12. 9. 15:24

아기를 재우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지역 번호가 02번으로 시작되는  보험권유 전화다.

내게 오는 전화는 거의 다 이런 전화다

안 받으면 전화 소리가 계속 울려서 아기가 잠에서 깰 것 같아 전화를 받았다.

젊고 예쁜 여자 목소리가 내 이름을 다정히 부른다

얼굴도 모르는 나에게 특별히 좋은 건강보험을 소개하겠다고 한다

전화기는 공짜로 바꾸어 줄 테니 받기만 하라고 성화다

보험권유나 전화기 변경 전화는 공해수준이다

성질이 난다

그렇다고 전화로 욕을 할 수도 없다

별로 바쁜 일도 없는데 화풀이로 진상고객 놀이나 하자고 마음먹었다.

자주 하는 놀이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듣고만 있는데  여자 목소리는 간드러지고 닭살 돋는 목소리로 보험 내용을 설명한다

설명이 다 끝났다

설명을 들은 나에게 의견을 묻는다

좋은 보험 같기는 한데 말이 너무 빨라서 잘 못 알아 들었으니 설명을 다시 해달라고 점잖게 말 했다.

여자 목소리는 신이 나서 더 간드러지게 조금 전에 했던 말을 천천히 다시 시작했다

설명이 다 끝나고 나서 또 내 의견을 묻는다.

보험이 참 좋은 것 같은데 귀가 어두워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으니 큰소리로 천천히 다시 말해 달라고 했다.

여자 목소리가 한숨을 쉰다

여자 목소리도 성질이 났다

여자 목소리는 성질을 참느라고 다시 한번 한숨을 쉬고 나서  큰 소리로 천천히 다시 보험 설명을 시작했다.

거의 악쓰는 수준이다.

거의 30분 정도 여자가 혼자 떠들고 악쓰는 목소리를 즐겼다

설명이 끝나고 여자가 내 의견을 묻는다.

나는 엊그제 내가 가입한 보험과 똑같다고 하며 수고했다고 친절하게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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