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원일기

공짜 점심

재정이 할아버지 2017. 12. 13. 07:22

주말농장에 쓸 비닐을 컴퓨터 온라인으로 샀다

온라인 거래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날씨가 추워서 유성시장에 나가기가 번거로워 온라인으로 사게 되었다

주문서를 보니 가격이 2만5천 원 짜리 물건이었는데 이유 없이 몇 가지를 합해서 3천원을  할인하여 팔겠다고 했다.

10%가 넘는 할인이다

같은 물건을 조금 수고해서 싸게 살 수 있다면 이게 얼마나 횡재인가.

나는 백수인지라 이제 부터는 안 쓰는 게 버는 입장이어서 3천 원 할인은 눈에 번쩍 띄는 혜택이었다

카드할인은 쉽게 해결되었다.

보험회사 할인을 신청하자 광고를 읽고 그 밑에 내 신상정보인 이름, 전화번호, 주소, 이메일 주소 등을 입력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다음 단계에서도 소소한 몇 가지를 추가로 입력하라고 해서 1천 원 할인을 받기 위해 참고 참으며 시키는 대로 따라 했다.

상조회사 할인도 같은 방법으로 짜증을 참으며 입력했다.

쇼핑몰도 성질을 참으며 입력했다

그렇게 세 곳을 입력하고 나니 한 시간도 넘게 시간이 걸렸고, 짜증도 났지만 3천 원 할인 혜택은 버릴 수 없는 유혹이라 마지막 결재를 누르며 흐뭇했다.

그런데 카드할인 1천 원을 빼고는 할인받으려면 무슨 무슨 조건이 또 있다고 알 수 없는 말만 잔뜩 늘어놓는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서 카드할인 1천 원 외는 포기를 하고 물건 구매를 결재했다.

비닐은 마음에 드는 것을 샀지만 다음날부터 내 전화기는 불이 났다

보험회사에서,  상조회사에서,  쇼핑몰에서 나에게만 특별한 혜택이 있다고 시도 때도 없이 전화질이다

컴퓨터를 켜면 보험회사, 상조회사, 쇼핑몰에서 화면 전체를 도배하듯 수십 개의 메일이 쌓여있다

할인은 받지도 못했으면서 천원 욕심에 사서 하는 고생이다.

세상 누구도 나한테 이유 없이 공짜로 점심을 사줄 사람은 없다.

빈 병을 주워서 천 원을 벌면 벌었지, 앞으로는 절대로 이유 없는 할인은 안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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