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원일기

운동회 꼴등 조(組)

재정이 할아버지 2017. 12. 11. 07:25

초등학교 동창 모임이 있었다

오랫 만에 만나서 재미있게 웃고 떠들다가 가을 운동회가 화제가 되었다

화제의 중심에는 내가 있었다.

우리 집은 학교 앞이었다.

무녀리인 나는 초등학교 운동회 내내 달리기에서 3등 안에 들지를 못해 흔한 공책 한 권 받아 보지를 못 했다

6학년 마지막 운동회를 앞두고 있었다

달리기 연습이 한창일 때 이를 구경하던 어머니가 매번 꼴등만 하는 나를 보고 뿔이 났다.

참다 못해서 운동회 연습을 하고 있는 담임 선생님을 찾아가 제안을 했다.

우리 아들이 운동회 때 마다 꼴등을 해서 속이 상한데, 잘하는 놈은 잘하는 놈끼리 못 하는 놈은 못하는 놈끼리 달리기를 해야 공평한게 아니냐고 어거지 항의를 했다

황당한 이유이지만 학교 앞에 사는 학부모의 제의를 담임 선생님이 웃으며 받아들였다

운동회 당일 달리기 조가 갑자기 바뀌었다

1등 조, 2등 조 ...꼴등 조

나는 꼴등 조가 되었다.

원래는 꼴등 조가 아니라 4등이나 5등 조가 맞는데 담임 선생님이 우리 어머니 영향력으로 성적을 조작해서 그렇게 만들었다.

꼴등 조 달리기는 이날 운동회에서 최고 이벤트이었다

꼴등 조에서 나는 1등을 했다

상으로 공책을 세 권이나 받았다

물론 저녁에 우리 집 닭 몇 마리가 죽었다.

동창생 모두 그 사실을 안다

그래도 아직 까지 그 경기가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친구는 없다

최순실이도 우리 어머니한테 한 수 배웠으면 이런 사단이 나지 않았을 텐데 미련한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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