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회 등산

인제 자작나무 숲

재정이 할아버지 2018. 7. 16. 14:57



탄동 농협 산악회 67차 산행은 강원도 인제읍에 있는 원대리 자작나무 숲 트래킹이다


임도를 따라 1시간 올라가고

탐방로에서 1시간 머물다가

1시간 내려오는 어렵지 않은 길이다


걸음마를 시작한 아기들도 갈 수 있고

아가씨들이 미니스커트를 입고도 올라가는 편한 길이다


쉬운 길이고 편한 등산로라도 경우에 따라서는 무거운 발걸음이 될 수도 있다

1주일 전에 시골 과수원에서 제초작업을 한다고 땡볕에서 한나절 낫질을 했다

안하던 낫질을 한 탓에 온열증 열병을 앓았고

열병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여서 겁을 먹고 산에 올랐다

폭염 주의보 까지 내려진 날씨라 

초입부터 진땀이 나고 다리가 후둘거려서

몇 번이나 포기하려고 뒤를 돌아 보면서 올라간 자작나무  숲이다 



자작나무 숲으로 가는 길은 산불 진화용 임도다

가꾸지 않은 흙길이고 중간 중간에 나무 그늘 쉼터가 있을뿐 간단한 포토죤도 이것 뿐이다

 


금강송이 수려한 모습으로 길목을 지키고 있고

골짜기 마다 맑은 물이 소리를 내며 흐르고 있어서 참고 또 참으며 올라 갈 수 있었다




어렵게 도착한 자작나무 숲

나무의 귀족답게 자작나무가 숲 전체를 하얗게 밝힌다

껍질이 하얀 발광체 같다


자작나무의 자생 한계는 금강산 이북이다

북유럽이나 시베리아의 자연풍광을 대표하는 한대성 나무이기도 하다


조경수는 꽃, 잎, 수피로 가치를 평가하는데 자작나무는 수피가 아름다운 나무다



자작나무 숲에 들어서니 새색시 신혼방을 훔쳐보는 느낌이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듯

망사커텐을 두른 듯 

자작나무가 온천지를 청량한 은백색으로 휘감고 있다

  


병든 소나무를 베어내고 인공조림으로 형성된 자작나무 숲에는 오롯이 자작나무만 키를 재고 있다

자작나무는 아름답기도 하지만 껍질은 약재로, 수액은 음용수로, 목재는 건축재료로 쓰이는 유용한 나무다



자작나무는 한자로 화(樺 자작나무 화)라고 한다

얇고 기름기가 많은 껍질은 불에 잘 타서 초가 없던 시절에는 결혼식에서 불을 밝히는 나무였다고 한다

그런 연유로 華燭, 華婚의 어원으로 보는 이도 있다



오래 전에 자작나무에 관한 책을 읽고 자작나무를 무척 좋아하는 마누라다

자작나무로 지은 집에서 살고 싶다고 했다


중부지방에서는 자작나무를 보기가 쉽지 않다

금산 진악산에 등산을 갔을때 자작나무 몇 그루가 있어 알려 주었더니 껍질을 벗겨 가지고 왔다  




자작나무 껍질을 책갈피에 넣어 두었다가 내 생일날 편지를 써서 보내왔다

자작나무 껍질에 편지를 써서 사랑을 고백하면 이루어 진다고 책에서 배웠다는 것이다


편지에는 선물을 한다고 했는데

편지 한장이 선물의 전부였다



가도 가도 끝이 없이 이어지는 하얀 자작나무 길이다


검은 나무껍질만 보다가 하얀 나무껍질을 보는 느낌은 황홀하다

자작나무는 영하 2,30도의 혹한을 견뎌내기 위해서 얇은 껍질을 여러겹 두르고 있다

수지 성분이 많은 껍질이 햇빛을 받으니 형광색으로 오묘한 빛이 난다





은백의 자작나무 숲에는 잡목이 없다

오래 앉아 있으면 나도 하얀 사람이 될 것만 같다



자작나무는 사람의 관리를 싫어하는 나무라고 한다

줄기마다 특이한 형상의 무늬가 있어 자세히 들여다보니 나무가지를 잘라낸 흔적이다

잘라낸 옹이 밑으로 특이한 무늬가 이채롭다

 


자작나무는 내가 사진을 찍는 것 조차도 싫어하는 것 같다


아름답지만 도도한 신부의 방이다

신혼방을 몰래 들여다 봐서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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