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회 등산

느림보 강물길, 그리고 꽃길

재정이 할아버지 2018. 6. 15. 21:54



충청북도 단양을 지나는 남한강을 단양강라고 부른다

탄동 농협산악회 6월 산행은 단양강 잔도를 걷는 느림보 강물길 트래킹이다

트래킹의 시작은 새롭게 단양의 관광명소가 된 만천하 스카이워크에서 시작되었다



이른 새벽에 대전을 출발하여 도착한 단양의 만천하 스카이워크.

가파른 산길을 숨가쁘게 올라간 버스 덕에 편안히 봉우리 정상에 도착했다

만천하 스카이워크는 절벽 위에 달팽이가 앉아 있는 모습이다

만개의 골짜기와 천개의 봉우리를 볼 수 있다는 만학천봉에 자리를 잡아서 만천하라는 이름을 얻었다 



스카이워크 정상부에서 내려다 보이는 단양 시가지이다

오전이라 박무가 남아 있어서 신비감 마저 도는 고산준봉 사이에 터를 잡은 조용한 전원도시의 단양이 속살을 드러냈다

충주댐 건설로 구 단양이 수몰 될 무렵 영월에 근무하면서 내가 출장을 자주 왔던 곳이라 감회가 새롭다

산을 깍아 도시를 이루어서 옛 모습은 간데 없지만 강물은 여전히 맑고 푸르다 

정선과 평창을 지나고 동강과 서강이 영월에서 만나 여기 까지 흘러온 강물이다

남한강의 상류이지만 단양 사람들은 단양 시내를 흐르는 강을 단양강이라고 부른다

단양강은 충주댐을 거쳐서 서울의 한강에 이른다

우리나라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남한강은 어디를 가나 역사가 흐르고 명소가 빛나는 강 중의 강이다 



만천하 스카이워크에서 내려오면 단양강 느림보 강물길 입구다

강변 기암절벽에 1.2km 잔도를 놓고 그 길을 따라 천천히 걷는 길이다

중국의 삼청산 잔도에서 고소 공포증으로 고생한 경험이 있어 은근히 걱정을 했는데 느림보 강물길은 안전하고 편안하고 아름답다

  


초입부는 나무 숲 그늘이다



구불구불 데크를 따라 걷는 길은 산과 강과 절벽이 어우러져 눈길 닿는 곳 모두가  절경이다

절벽을 걷는 듯, 강물 위를 나는 듯 속세와 선계를 넘나들었다 



중간 중간 강물을 내려다 볼 수 있도록 개방된 곳도 있다



중국의 황산이나 삼청산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절벽 높이가 대단하다

아래가 보이고 바닥이 물이라 공포감은 없다




지나온 길을 돌아보며 인증샷

어디를 가나 시간이 지나면 남는건 사진 뿐이다



데크 난간 기둥에 새긴 강물길 로고가 정겹다

야간에도 개방되어 길을 밝혀주는 조명등인데 느림보 강물길은 밤길이 더욱 아름답다고 한다




강물길이 끝나면 단양시내다

길가에는 단양의 특산품을 파는 노점상이 눈요기 거리다

시내에서 돌아보니 만천하 스카이워크가 우리를 내려다 보고 있다  



시내를 지나기가 지루해질 무렵

이정표가 강둑 아래로 안내한다

갑자기 오게 되어 느림보 강물길 사전 정보가 없었는데 넝쿨 장미 꽃길을 만났다



누군들 꽃길을 마다하랴

눈부신 꽃잎에 눈이 호강하고, 향기에 취해서 마음까지 황홀한데

꽃가루가 뿌려진 반듯한 길에 은은한 피아노 소리까지 울리니 꿈결같다

청춘의 끝자락이지만 꽃길을 만났으니 나이는 거추장스러운 숫자다



꽃길은 조심해서 가야한다

바른 자세와 맑은 마음으로 가야 한다

아름다움에 취해서 한발짝만 벗어나면 가시밭 길이다

금수저로 태어나 꽃길만 가던 사람들이 

발을 헛디뎌 가시밭에 갇히는 모습을 우리는 보고, 듣고있다


꽃길도 한 때다

때를 놓쳐서 꽃이 지고나면 이길 또한 가시밭 길이다




꽃길은 1km가 넘게 이어졌다

 


단양강 특산인 쏘가리 조형물이 공연장에서 펄떡인다



풍차가 서 있는 곳은 행글라이더 착륙장이다

풍차와 행글라이더, 그리고 푸른  하늘이 어우러지니 한폭의 그림이 된다 



강에는 쏘가리

산에는 송이

단양의 특산품이다

가로수로 심은 소나무 밑에도 송이가 힘차게 솟아있다



꽃길이 좋다고 꽃길만 갈 수는 없는 것이 세상 이치다

꽃길을 지나니 고행길이다

강물길도, 꽃길도, 이 길도 같은 데크가 놓였지만 다리 하나를 건너니 고행길이다

햇살은 뜨겁고 그늘도 없으니 발걸음이 무겁다

배가 고파도 앉아서 점심을 먹을 나무 그늘 하나 보이지 않는다

 


삭막한 길가에는 망초가 만발했다

더위에 지치고 발걸음이 무거워 누구도 반기지 않는 망초꽃이다

새하얀 꽃잎에 향기를 담고 앙증맞게 하늘거려도 눈여겨 보는 이 조차없다


중국의 고사에서 십년 전쟁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니 문전옥답에  하얗게 피어 있었다는 망초

밭에 망초가 피면 나라가 망한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같은 꽃이라도 금수저 장미로 태어나면 모든 사람이 반기고

흙수저 망초로 태어나면 아무도 거들떠 보는 이가 없으니

사람이나 꽃이나 타고난 팔자는 있다



느림보 강물길 종착지는 도담삼봉이다

보통은 도담삼봉에서 출발하여 만천하 스카이워크에서 끝을 내지만 우리는 역순으로 왔다


조선의 개국공신 정도전이 어린시절을 보냈다고 전해지는 단양의 대표 명소다

정도전의 호가 삼봉일 만큼  정도전의 몸과 마음의 고향이다



삼봉의 가운데 큰 바위가 남편봉, 우측이 처봉, 좌측이 첩봉이다

팔자를 타고나면 바위도 권세를 누리고 첩까지 둔다

나도 그렇게 살고 싶지만

팔자를 탓 해도 소용이 없고, 때도 이미 지나가 버렸다


민들레 팔자로 짓밟히며 살았어도

가시밭 길은 피했으니 다행으로 여기자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이제 나는 홀씨가 된 민들레다

홀씨는 자유로워 못가는 곳이 없다 

홀씨가 가는 길이 꽃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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