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말년 재민이
재민이는 세상에 태어날 때
버킷리스트를 가지고 태어났나 보다
말을 배우기 시작하면서부터
가지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가보고 싶은 곳이 너무 많다
감귤을 따러 가자고 노래를 불러서
제주도에 가는 길이다
청주공항 비행기 탑승구
재정이는 분신 같은 카봇을 들고
재민이는 애착인형 흰둥이를 안았다
강력한 태풍이 온다는 기상청 발표로
조금은 심란했지만
오래전 예약이라 취소가 안 된다
이른 아침
비행기 이륙시간
하늘은 맑고 바람도 잔잔했다
우리나라 가을 하늘의 전형적인 구름모양
새털구름 위로 비행기는 경쾌하게 날아올랐다
처음 타는 비행기 안에서
재민이는
창문밖에 펼쳐지는 구름 위의 세상
경이로운 모습에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한다
이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우리의 꿈이
얼마나 높은 곳까지 오를 수 있는지
알게 되는 순간이다
동영상 속에서
하늘을 날아다니는 친구들 모습은 익숙하지만
재민이는 처음으로 하늘을 날아 제주도에 왔다
더 넓고 신기한 세상의 첫발이다
해루질 달인 재민이
리조트에 짐을 풀자마자
해변에서 해루질을 시작했다
재민이가 자주 가는 서해안 바닷가는
갯벌이고
굴껍데기가 덕지덕지 앉은 거친 바다였지만
제주도 해변은
고운 모래에
물이 맑고 깨끗하다
서해안에서는 돌게도 잡을 수 있었지만
제주도 해변에는
작은 갯것뿐이다
제주도 바다는
깨끗하고 아름답다
제주도의 멋진 풍광은
한번 다녀가면 잊지 못하고
파라다이스가 되어
한달살이라도 하고픈 욕망에 사로 잡힌다
리조트 앞바다는
파도가 잔잔하고
모래도 고와서
물놀이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재정이는
해루질 보다
물놀이가 더 좋다
태풍이 온다고
걱정을 태산같이 하고 출발했는데
하늘은 푸르고
바다는 잔잔하고
날씨는 온화하다
태풍도 무더위에 더위를 먹어서
힘을 쓰지 못하나 보다
역시 바다는
제주도가 최고다
재민이가 그토록 하고 싶었던 감귤 따기
아직은 여름이라 청귤을 땄다
감귤나무를 조심히 다루며
농장주가 알려준 대로 감귤을 딴다
꼭지 정리까지 완성
재민이가 그토록 소원하던
감귤 따기 버킷리스트를 이루었다
재정이도
농장주의 가르침대로 감귤을 땄다
꼭지까지 깔끔하게 정리를 끝냈다
재정이는 감귤을 한 상자나 땄다
재정이가 딴 감귤은
할머니께 드릴 선물로 가져왔다
처음 따보는 감귤
재미있고 신이 났다
맛이요?
끝내주지요
리조트에 있는 놀이동산
자동차 경주를 하고 싶은데
햇빛이 너무 뜨거워
눈을 뜰 수가 없다
햇빛에 눈이 부셔도
재정이는 운전에만 열심이다
리조트의 정원 풍경
동남아 분위기다
기후변화로
제주도가 아열대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재민이는 제주도에 가면
첫째, 감귤 따기
둘째, 말타기를
해보고 싶다고 했다
형제가 나란히 말을 탄 모습이
왕자같이 늠름하다
리조트 수영장에서 튜브놀이
무더위는 갔지만
그래도
여름에는 물놀이가 최고다
아빠에게
생존 수영도 배웠다
아빠
나, 수영 잘하지요?
이렇게 물에 젖어
우리 가족이
2박 3일 제주살이를 했다
제주도 오기 며칠 전
당진에서
해루질하는 재민이
돌을 들추어서
돌게를 많이 잡았다
집에 올 때는
모두 바다에 살려주었다
대전 시립 박물관도 갔다
아바타를 만들었다
박재민 아바타
박재정 아바타
이렇게
유난히도 덥던 여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