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원일기

통장정리

재정이 할아버지 2017. 2. 6. 19:29

마누라 통장 지갑이 빵빵하다

예전에야 여기 저기서 돈이 들어오는 곳이 있어 필요했지만 직장에서 은퇴한 지금은 나가는 곳만 있지 들어오느는 곳은 별로 없어 불필요한 통장들이다

열개도 넘는 통장을 2개만 남기고 모두 없애기로 했다

직장에 다닐때 쓰던 월급통장은 버리기가 아쉬워 내 용돈 통장으로 쓰고 다른 한개는 가계부 처럼 쓰는 통장으로 남기고 모두 없애는 것이다

버리는 통장에는 마누라도 모르는 내 비밀 통장도 있었다

비밀통장은 직장에서 출장비, 수당같이  월급이 아닌 돈이 들어오던 통장이기도 했다

나는 직장에서 현금을 많이 다루었다

비밀통장에는 그런 돈까지 수시로 들락거려서 내가 지은 통장이름이 화수분이었다

현금대신 항상 지니고 다닌 통장이라 해지 시키는 순간 까지도 애틋한 미련이 남아 있었다

현금을 다루면서 기억에 남는 일은 수억원의 현금을 쌓아 놓고 도구 없이 혼자 들고 갈 수 있는 돈이 얼마나 될까 직원들과 내기를 한 것이다 

당시는 만원권이 고액권이었다

1억원은 백만원 다발 백개가 음료수 박스처럼 비닐로 포장되어 있었고 돈박스 몇개를 은행에서 찾아 사무실에 쌓아 놓았다

돈은 생각보다 무겁다

나는 1억원 박스를 두개 밖에 들지 못했다

3개를 들어 어깨에 멘 직원이 장원을 했다

통장에는 현금없이 숫자로만 거래되므로 실감이 나지 않지만 현금은 지갑에 있을때만 소중하지 박스나. 자루에 담아 쌓아 놓으면 그저 짐 덩어리다

내가 은퇴를 하고 나서 마누라가 제일 서운한 날은  월급날인 21일이라고 했다

습관적으로 통장잔고를 조회 해보고 한푼도 입금되지 않은 통장을 들고 돌아설때 몇번은 눈물이 났다고 한다

이제는 통장도, 마음도 하나 하나 비우고 정리하는 것이 나이가 들기는 든 모양이다

이제는 5만원권이 나왔으니 10억은 들고 갈 수 있는데 어디에 쌓아 놓고 마음대로 가져가라는 곳이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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