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원일기

꼬마 손님

재정이 할아버지 2017. 2. 1. 20:46

윗층에 세들어 살고 있는 아기 엄마가 찾아 왔다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서 외출을 하는데 아기를 데리고 갈 수 없는 자리라 한나절만 부탁 한다며 네살난 여자아이를 맡겼다

한 건물에 살면서 그만한 일 쯤이야 거들고 사는게 도리라 생각하고 반갑게 승락했다

꼬마손님은 집에 드나들며 자주 얼굴을 익혀 한나절 돌봐 주는 것은 문제가 없었다

또 마누라가 아기를 좋아하고 잘 본다

아기 엄마는 저녁도 먹여 달라며 아기가 조기구이가 없으면 밥을 안 먹으니 조기를 구워주라며 작은 조기도 몇마리 두고 갔다

꼬마손님은 엄마가 나가자 이방 저방 돌아다니며 집안 탐색을 했다

탐색이 끝나자 TV 앞에 앉더니 만화영화를 켜달라고 서슴없이 요구한다

내가 다른 프로그램을 볼려고 하면 아예 리모컨을 움켜쥐고 요지부동이다.

저녁 시간이 되자 마누라가 꼬마손님 먼저 밥을 먹이자며 작은 상에 밥을 차려 주었다

꼬마손님은 밥상을 쳐다보더니 김과 계란이 없다고 밥상 앞에 앉지도 않는다

마누라가 급하게 계란후라이를 부쳐 놓고  김도 꺼내 놓았다

아기 엄마가 조기를 구워주라고 부탁은 했지만 겨울에 생선을 구우면 집안에 냄새가 밴다고 마누라는 간고등어를 쪄서 꼬마손님에게 먹이기로 했다.

꼬마손님은 마누라에게 김에 밥을 싸서 계란을 떼어 넣고, 생선도 떼어 넣어서 먹여 달라고 당당히 말했다

마누라는 어이가 없어도 손님인지라 시키는 대로 김에 밥을 얹고, 계란과 고등어를 떼어 올려 한수저 먹여 주었다

한수저를 입에 넣고 오물거리던 꼬마손님은  이맛이 아니라며 마누라를 노려본다

고등어 맛이 조기구이와 맛이 다르다는 뜻이다

마누라는 황급히 조기를 구워 꼬마손님 상에 올렸다

그제서야 꼬마손님은 저녁을 맛있게 먹었다

마누라는 오늘 저녁에 호된 시에미를 만나 시집살이 제대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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