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원일기

마누라 호칭

재정이 할아버지 2017. 1. 23. 20:57

아들과 며느리가 다니러 왔다.

그런데 아들이 며느리를 보고 "여보"라고 자연스럽게 부른다.

혼인 신고서에 잉크도 안 마른 아들이 며느리를 보고 여보라고 부르니 내 기분이 이상하다.

우리는 결혼 30년이 훌쩍 넘는 지금 까지 여보, 당신이라는 말을 한번도 해 본 적이 없다.

연애기간이 길었지만 그때도 특별히 뭐라고 불렀는지 기억에 없다.

그때 유행했던 자기 정도로 불렀을 것이다.

결혼하고 아들이 생기고 나서 부터는 누구 아빠, 누구 엄마로 지금 까지 부르고 살았다.

특별한 이유는 없는데 연애기간이 길어서 그런지 그때 그때 편한대로 불렀지 여보니 당신이니 하는 말은 오글거려 지금도 입에서 안 나온다.

며느리도 같다.

아들이 여자친구 누구라고 인사를 시켜서 마땅히 부를 호칭이 없어 이름을 부르고 살았다.

그러나 며느리가 손자를 낳고 나서 부터는 에미라고 부른다.

마누라하고 며느리를 뭐라고 불러야 예의에 맞고 격에 맞는지 아무리 생각해 봐도 답이 없다.

여보라고 부르는건 지금도 얼굴이 화끈거리고 며늘아 라고 부르는 것도 내키지를 않는다.

그래도 며느리는 손자를 낳고 부터 에미라고 부르는 것이 어색하거나 이상하지는 않다.

시아버지가 며느리에게 부르는 호칭이 마땅히 없으니 도리가 없어서다.

마누라도 처음 부터 여보라고 시작했으면 지금도 자연스럽게 여보가 되었을 것인데 안하던 말을 하려니 오히려 이상하다.

마누라 호칭이 손자가 생긴 이후 부터 할머니로 바뀌었다

기분 좋으면 할머니지만 기분 나쁘면 할망구다

자기, 누구 엄마, 할머니,  세월 따라 변하는 우리 마누라 호칭이다 

나쁜것도 아니고 크게 잘못된 것도 아닌데 대다수 부부들이 호칭으로 사용하는 여보, 당신을 쑥스러워 처음에 안 썼더니 지금도 못쓰고 앞으로도 못 쓸것 같다.

마누라가 딱 좋기는 한데 영감이나 마누라가 옛날에 하인이 상전을 높여 부를 때 쓰던 말이라 그것도 안된다.

야 !  어이, 여봐, 허니,  달링 ...... 마땅한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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