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원일기

평소의 습관

재정이 할아버지 2017. 1. 18. 20:03

손자를 아들 아파트에 데려다 주고 집에 오려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유치원 가방을 멘 여자아이와 젊은 엄마가 타고 있었다.

문이 열려 엘리베이터 안으로 내가 들어서자 여자아이는 공손하게 "안녕하세요" 라고 배꼽인사를 한다

우리나라에서 교육이 제대로 되고 있는 곳은 유치원 밖에 없다.

유치원 아이들은 어디서나 어른을 보면 공손히 인사를 하고 건널목애서도 손을 들고 지나 간다

그 모습이 하도 예뻐서 나도 "예쁜 아이로구나" 라고 답례를 했다.

젊은 엄마와 얼굴을 마주 보고 서 있기가 거북해서 등을 돌리고 문쪽을 바라보며 아무런 생각 없이 문만 바라 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아랫배가 거북해서 평소 집에서 하던 습관대로 아랫배에 힘을 힘껏 주었다

좁은 엘리베이터 안에 방귀 소리가 저음으로 길게 울렸다.

시원했다.

그런데 뒤에서 여자아이가 까르륵 웃는다.

큰 실수다. 

여자아이 얼굴이 내 엉덩이에 붙다시피 있었으니 여자아이 얼굴에 직격탄을 쏜 것이다.

무안하고 황당해서 여자아이 얼굴을 바라 보며 "집에서 하던 버릇이라 나도 모르게 실수을 했다"라고 사과를 했다

그러자 여자아이는 한 손으로  코를 막은채 "괜찮아요. 우리 엄마 방귀소리는 더 커요."라며 계속 웃는다.

여자아이 엄마는 손으로 여자아이 입을 막으며 어쩔 줄을 모른다.

방귀는 내가 꿨는데 왜 여자아이 엄마가 더 민망해 할까.

유치원 어린이는 거짓말도 못하고 있는 그대로만 이야기 한다

아이 엄마도, 나도 집에서 평소 습관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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