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원일기

아들과 술 한잔

재정이 할아버지 2017. 1. 30. 18:38

설을 쇠러 아들이 왔다.

소박한 선물을 내놓으며 애써 웃으려고 하지만 어른 눈을 속일 수는 없다.

흙수저, 헬조선은 아닐지라도 우리나라 청년 30대가 겪는 아픔과 고통을 우리 아들이라고 피할 수는 없는 일이다.

직장에서 일이 힘들고, 인간관계가 꼬이고, 박봉으로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지 못하는 심정을 읽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내가 대신해 줄 수도 없는 아들의 인생이다. 나는 부모이기는 하지만 조력자일 뿐이다.

마누라가 차려준 명절음식에 술 한병을 마시며 아들의 푸념을 조용히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내마음 속에 교훈으로 새기고 있는 이야기 하나를 들려 주었다.

일본의 내쇼날 기업 창업자 마쓰시다 고노스케는 세계적인 부호로 94세에 얼마전 세상을 떠났다

마쓰시다 고노스케가 90세가  넘었을때 젊은 평직원이 어떻게 해서 기업인으로 성공하였는지를 물었다

마쓰시다 고노스케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것,  가난해서 초등학교도 4학년에 중퇴하여 배우지 못한것,  체질적으로 허약하게 태어난것 세가지를 은혜라고 생각하고 살아서 성공했다고 대답했다

젊은 직원이 그것이 어떻게 은혜가 되느냐고 반문을 했다

마쓰시다 고노스케는  

첫째, 가난해서 어려서 부터 세상의 험한 일을 안해본 것이 없고, 그래서 무슨 일이든 못할 일이 없었고 부지런히 일하는 습관이 생겼다

둘째, 초등학교도 중퇴하여 배우지 못했으니 세상 사람 모두를 스승이라 생각하고 배우며 살았다

셋째, 너무나도 허약해서 시간만 나면 열심히 운동을 했더니 내 나이가 90이 넘도록 건강하게 살고 있으니 이것이 은혜가 아니냐고 대답을 했다

이 이야기를 들려주며 아버지가 되어서 많은 것을 베풀어 주지는 못했어도 가난하지는 않고, 대학까지 나왔고,  건강한데 무엇을 더 바라느냐고 말했더니 아들도 아무말을 하지 못했다

나는 아들에게 많은 것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지고 싶은 것이 있을 때가 희망이 있으니 노력하는 대로 이루어 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 이건희 회장, 김기춘 변호사 처럼 사는것이  부럽느냐고 물었더니 고개를 젓는다.

사람마다 그릇의 크기가 다르니 너에게 맞는 그릇에 부족하지만 않게 담고 살자고 했다

오늘 아들이 떠나면서 얼굴이 훨씬 밝아졌다

우리 어머니도 내가 어려서 속을 썩일때면 돌아서서 자식은 평생 애물단지라고 혼잣말을 하던 생각이 난다       

'생원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통장정리  (0) 2017.02.06
꼬마 손님  (0) 2017.02.01
노래방  (0) 2017.01.24
마누라 호칭  (0) 2017.01.23
겨울이 싫다  (0) 2017.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