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원일기

지진 트라우마

재정이 할아버지 2017. 2. 7. 19:13

새벽에 창문이 흔들리는 소리에 깜짝 놀라 잠에서 깨어났다

도로 옆 단독주택에 살다보면 시내버스나 쓰레기 수거 트럭같은 대형차랑이 지나갈 때 집이 흔들리는 일은 가끔있는 일이다

그런데 요즘은 그 진동과 창문 떨리는 소리에 무척 예민해 졌다.

지난해에 다섯번의 지진을 경험하고 나서 부터이다

금산과 익산의 지진은 대전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일어난 지진이었지만 진도가 3 미만이라 보통사람은 느끼지 못한 지진이었다.

그러나 나는 두번 모두 새벽에 일찍 일어나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우다 차도 지나가지 않았는데 창문이 심하게 떨려서 놀랐다.

경주의 진도 5 이상 두번의 지진은 마누라와 저녁 식사를 하다가 집안이 심하게 흔들려 밖으로 뛰쳐나올 정도로 크게 놀랐다

그리고 우리집에서 10km도 안떨어진 곳에서 지진이 났을 때도 미진이라고는 하지만 새벽에 컴퓨터를 보고 있다가 쿵하는 소리와 심한 진동을 느꼈다

이렇게 남들은 잘 느끼지 못했거나 잠들어서 모르는 지진의 경험을 나는 민감하게 느낀 것이다

경주의 진도 5급 지진을 제외하고는 보통 가정에서 인근에 큰 차가 지나갈때 집이 흔들리는 정도이었다

어려서 살던 시골집에서도 새벽에 경부선 철도에 기차가 지나갈때면 창문이 덜덜거리며 떨리고는 했지만 무섭다고 느끼지는 않았다

그런데 다섯번의 지진은 다르다

무섭다는 공포감을 심하게 느꼈다

집안에서 조용히 지내는 시간이 많아서 그런지, 예민해서 그런지 아래층에서 청소기나 세탁기만 돌려도 깜짝 놀랜다

월남전에서 부상을 당해 장애인된 지인은 지금도 잠을 자다가 포탄이 떨어지고 총소리가 나는 환청으로 놀라기도 한다는 말을 들었다.

일본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게 사는지 이해가 된다

일본 사람들에게는 일상이라는 작은 지진에도 트라우마가 생기는데 그들이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살지는 못 할 것이다

그래서 지진에 흔들려 굴러다녀도 아무데나 붙어있으면 되도록 일장기를 빨간 동그라미 하나만 덩그라니 그려놓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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