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원일기

정월 대보름

재정이 할아버지 2017. 2. 12. 19:34

마을 풍물패가 우리집으로 몰려왔다

집 앞에 있는 동사무소에서 항상 연습하는 소리가 들리는 터라 오늘도 연습인줄 알았는데 의상을 갖추어 입고 마을로 나온 것이다

우리집 앞에는 주차장이 있어서 동사무소에서 나온 풍물패가 몸풀기로 우리집에서 한비탕 놀고 있는것 이었다

마누라가 정월 대보름에는 해마다 풍물패가 나와서 마을 구석 구석을 돌아다니며 액막이로  풍물 놀이를 한다고 일렀다

직장에 다닐때는 이런 일이 마을에 있는 줄도 몰랐다

추석과 설이 가족의 명절이라면 정월 대보름은 마을 명절이라고 한다

새해들어 첫 보름날 농사 시작을 알리며 나쁜 기운을 몰아내고, 풍년, 건강 등 좋은 기운을 불러오는 세시 풍속이 제일 많은 날이다

나도 어려서 부터 정월 대보름을 전후해 연 날리기, 팽이 치기, 쥐불놀이, 거북이 놀이로 바빴고 시루떡을 이웃에 나누는 심부름을 다니던 기억이 새롭다

남자는 산에 가서 나무를 하고, 여자는 나물을 캐어 와서 오곡밥을 먹는 날이라고도 했다

더위도 팔러 다녔다

도시화된 마을에서 잊고 살았던 풍물패가 우리집 앞에 와서 풍장을 치고 있으니 반가웠다

옛날 어른들이 하던 대로 돈 한푼을 들고 뛰어 나갔다

마누라는 아기를 안고 뛰어 나왔다

신나게 몸을 풀고 있는 풍물패 장구에 돈을 걸자 풍물패는 가려던 발길을 돌려 다시 액막이 풍물놀이를 시작했다

마누라도 덩실 덩실 춤을 추고, 나도 어깨를 들썩이며 추임새를 넣어주니 풍물패는 신이 나서 아는 덕담은 모두 풀어 내었다

올 한해는 정말로 좋은 일만 있을것 같다

그런데 풍물패 절반은 아는 사람들 이었다

자별한 사이는 아니더라도 산악회 등산길에서 만나고, 주말농장 밭에서 만나며 목례는 주고 받던 사람들 이었다

주말농장에서 만난 사람이 내옆으로 와서 풍물을 배우러 나오라고 한다

사는게 힘들때 북을 신나게 두드리고 나면 시름이 없어진다고 하며 밝게 웃는다  

정월 대보름이라는 것도  뉴스를 들어서 알고 그런가 보다 하며 밋밋하게 지냈는데 올 대보름은 기분 좋게 맞았다

나도 풍물이나 배워서 이웃에게 복을 나누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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