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원일기

식자우환

재정이 할아버지 2017. 2. 14. 17:07

아기 똥에서 드디어  바늘이 나왔다

사흘째 아기가 똥누기를 기다려 비닐 장갑낀 손으로  아기똥을  주무르며  바늘을 찾던  마누라가 안도의  탄성을 질렀다

돌이 갓 지난 아기가 바늘을 먹은 것은 사흘 전이다

아기들은 무슨 물건이든 손에 잡히면 제일 먼저 입으로 들어간다

구강기 아기들은 본능적으로 젖을 빨듯 무엇이든 입에 넣는 습성이 있다고 한다

방바닥에 장난감을 늘어놓고 놀던 아기 입술에 바늘처럼 반짝이는 것이 보여 내가 달려갔지만 바늘은 이미 입안으로 들어가고 없었다

입을 벌려 찾아 보았지만 바늘은 보이지 않는다

아기가 오기전에 청소기로 매일 방 청소를 하며 조심했는데 어디서 나왔는지 아기 장남감에 붙은 바늘을 삼킨것이다

입술에 붙은것이 바늘인지, 바늘을 삼켰는지도 분명하지는 않다

아기는 아무렇지도 않게 잘 놀고 있다

잘 놀고는 있어도 불안해서 견딜 수 없어 아기를 병원으로 데리고 갔다

에스레이를 찍어보니 작은 침핀 바늘 하나가 위에 들어있다

의사는 인체는 신비해서 생선 가시나 바늘을 삼켜도 대부분 자연스럽게 대변으로 배출되므로 지켜 보자고 했다

간혹 삼킨 바늘이나 가시가 목이나 위에 박혀서 탈이 나는 경우에는 아픈 증상이 나타나서 의사가 기계로 제거하기는 한다고 했다

탈이 없는 아기가 바늘을 삼킨 것을 어떻게 알고 병원에 데려왔는지 그것이 더 신기하다는 표정이었다

정상적이면 바늘은 이틀이나 사흘이 지나서 대변으로 나올것 같다고 했다

아기는 잘 논다

다음날도 불안해서 다시 병원에 찾아갔다

바늘은 대장까지 내려와 있었다

그리고 사흘만에 아기 똥에서 바늘이 나온 것이다

정말 다행이다

의사 말처럼 아기가 바늘을 물고 있는 것을 못보았다면, 바늘을 삼킨것을 몰랐다면 아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일이었다

사흘동안 이런 걱정, 저런 걱정을 하며 아기를 근심으로 바라보며 정말 힘들었다 

이것이 식자우환이다

차라리 몰랐으면 아무것도 아닌 일을, 알아서 쓸데 없이 하는 고생을 이르는 말이다

요즈음은 컴퓨터나 스마트폰 같이 정보를 퍼나르는 IT기술이 발전하여 정보가 홍수다

과연 거기에 내가 꼭 알아야할 정보는 무엇일까

그리고 그 정보들은 얼나나 진정성이 있을까

사진도 감쪽 같이 합성하고 기사도 내취향에 맞게 왜곡해서 거짓을 어거지로 합리화 시키는 일은 없을까

너무 많은 사람들이, 너무 많은 일을, 너무 많이 알려서 세상만 어지럽고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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