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 장날이다
내가 사는 집에서 마을버스로 10분 거리에 있는 유성장은 4일과 9일에 5일 장으로 열린다
나는 특별히 살 것이 없어도 가끔 마누라하고 유성장 나들이를 한다
장날 장터는 사람들이 북적이고 사람 사는 냄새가 나서 좋다
나는 어디든 여행을 가면 이른 아침에 시장 구경을 한다
시장에 가면 그 지역의 민낯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 특산품이 무엇인지, 이 고장 사람들은 무엇을 먹고 사는지, 어떻게 먹는지 알 수가 있다
천천히 사람들 틈을 비집고 장터를 다니다 보면 새롭고 신기한 물건들도 많다
처음 보는 버섯과 약초, 이름 모를 산나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러나 장터의 눈요기 중에서 제일은 사람 구경이다
민망한 여자 속옷을 흔들며 걸쭉한 입담으로 손님을 부르는 청년, 솥에서 볶아낸 땅콩을 몇알씩 건네며 맛이라도 보라는 후덕한 아주머니, 물건이야 팔리던 말던 아침 부터 술한잔 먹고 돗자리에 누운 노인도 있다
요즈음 장터에는 외국인들도 많이 와서 외국인이 보이면 할머니들이 손가락 두개를 펴고 "투 싸우전, 투 싸우전" 하고 외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우리가 외국에 나가면 노점상들이 망고를 들고 오천원, 오천원하는 것과 같다
하는 일이 꼬이고 어려움이 있을때 장터에 가서 마음을 달랜다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나도 장터에 가서 힘들고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바라 보며 많은 위안을 받는다
옛날 우리 어머니 모습과 많이 닮은 할머니들이 길가에 푸성귀 몇 다발을 소쿠리에 담아 놓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애타게 바라보는 모습이 제일 애틋하다
장날 장터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변한 것이 없다
소가 끄는 마차를 타고 어머니를 따라 처음 장구경을 갔을때 세상에서 제일 좋은 물건과 맛있는 것들이 모두 거기에 있었다
점심으로 사준 붕어빵 맛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장터에 전을 펴고 물건을 파는 상인나 물건을 사러 나온 사람들은 한결 같이 나이가 든 노인들이다
어려서는 좋아 보이던 그 물건들이 지금은 유행이 지나고 한물간 허접한 것이 대부분이다
그래도 그러한 물건을 팔아서 생계를 이어 가고 싼맛에 그런 물건을 사러 나오는 사람들 속에서 오히려 사람이 사는 것이 이런것이라고 느끼니 나도 나이가 들었나 보다
장터 노점에서 먹는 닭발이나 돼지 껍대기 볶음은 유난히 맛있다
집에서는 먹지도 않는데 장터에서는 그런 것이 구미를 당긴다
참외가 싱싱해서 한봉지 담아 들었다
참외 장수가 덤으로 하나를 더 얹어 주어 그 자리에서 그 참외를 깍아 마누라 하고 나누어 먹었다
맛있게 참외를 먹고 나니 마누라가 깜빡하고 지갑을 안 가지고 왔다며 나 보고 돈을 내라고 했다
나는 원래 지갑을 안 가지고 다녀서 돈이 없다고 하니 참외 장수가 똥 밟은 얼굴이 된다
장날 장터에는 이런 사기꾼들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