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원일기

레몬마켓

재정이 할아버지 2017. 5. 2. 12:16


내방 창가에서 키우고 있는 2년생 레몬트리


잠자리에 들었는데 밖이 소란하다

옷을 갈아 입고 밖으로 나가 보니 식당에서 회식을 끝내고 나오던 직장 동료들이 대통령 선거 후보자 지지를 두고 격한 언쟁을 벌이다가 큰 싸움이 났다

술김에 하는 말에도 모두 날이 서고 양보가 없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선거일이 코앞으로 다가 오기는 했는데 처음 부터 이변과 파란의 연속이다

갑작스러운 대통령 파면으로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치루는 선거이고 나라 전체가 혼란스러운 와중에 치루는 선거라 민초들은 갈피를 못 잡는다

정치는 보통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서 정당이 구성된다

이번 선거에서 보수는 국정농단의 십자가를 짊어 졌고 진보는 이데올로기에 발목이 잡혀 있다

예전의 선거라면 개인의 성향에 따라 보수이든 진보이든 이념을 선택하면 후보 선택은 무리가 없었다

그런데 대통령 선거일이  다가오니 보수는 보수대로 진보는 진보대로  선뜻 투표하기에는 망설여지는 부분이 있는것 같다

언론에서는 여론조사를 근거로 이미 대세는 결판이 난것처럼 보도를 하고 있어도 국민들 생각은 보수가 되어도 걱정, 진보가 되어도 걱정이라 눈치보기에 바쁘다

우리나라에 여행을 오는 중국인 유커들의 여행 목적은 대부분 쇼핑이라고 한다

단체로 몰려 다니는 유커가 지나간 쇼핑쎈터에는 매대가  텅 빌 정도로 싹슬이 쇼핑으로도 유명하다

유커에게 왜 우리나라 상품을 사는지 물어 보았더니 가짜가 없고,  정찰제 판매라 신뢰가 가기 때문이라고 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중국을 여행을 하면 가족에게 무슨 선물을 사야할까 고민을 한다

술이나 가방은 물론이고 모든 상품에 가짜가 없는게 없고 가격도 천차만별이라 비싼 것을 사면 속는 기분이고 싼것을 사도 바가지를 쓴 기분이다

그래서 경쟁적으로 싸구려 불량품이 시장을 지배하게 된다

경제학자들은 우리나라와 같이 우량상품을 공정하게 거래하는 시장을 피치(복숭아)마켓이라 하고 중국과 같이 불량상품을 불공정하게 거래하는 시장을 레몬마켓이라고 부른다

레몬마켓의 대표적 시장은 중고차 거래시장을 예로 드는데 많은 사람들이 경험 했듯이 자동차의 성능이나 사고이력을 파는 사람은 상세히 알고 있어도 사는 사람에게는 제대로 알리지 않아서 불만과 분쟁이 일어나 생겨난 말이다

레몬이라는 과일은 빛 좋은 개살구, 과일전 망신을 시키는 모과처럼 서양에서는 불량품이나 고난을 의미하는 과일이라고 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오렌지 처럼 맛있어 보여도 너무 시어서 그냥은 먹을 수 없는 과일이기 때문이다

주제는 고난이지만  레몬트리라는 제목의 영화도 있고 노래도 있어서 그런지 젊은 사람들 사이에 레몬트리 키우기가 유행이다

횟집이나 식당에서 음식을 먹다 나오는 씨를 구해다가 종이컵에 파종을 하고 창가에서 키운다고 한다

지난 해에 아들이 어버이날 선물로 종이컵에 키운 레몬트리 묘목을 가져 왔다

이제 내가 1년을 더 키워서 2년생으로 잘 크고 있는데 젊은이들은 자신들의 시련과 고난을 이겨내려고 레문트리를 키우는 것인지 알 수는 없다

나는 며칠 후 치르게 될 대통령 선거를 레몬마켓으로 정의하고 싶다

보수가 되면 국정농단의 망령이 되 살아나고 진보가 되면  핵 위협의 광기가 두렵다

누가 당선이 되어도 불안하고 불편하니 불량상품을 파는 레몬마켓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창가에서 레몬트리를 키우며 5년을 더 기다려야 된다면 정말 불행이다 . 끝    

  

뉴질랜드 북섬에 있는 목장의 롯지(일 할 때만 쓰는 오두막집)에서 주인의 허락을 받고 레몬트리에 열린 레몬을 따서 먹었다

구연산이 풍부해서 음식 첨가료로 많이 쓰이는 레몬은 따듯한 나라에서는 집 뜰에 심어 놓고 따서 먹는다

갑작스럽게 치통이 와서 식사도 못하고 고생하던 아내가 레몬을 따서 먹고 치통이 사라져 식사도 하고 고난에서 벗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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