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원일기

연극은 끝나고

재정이 할아버지 2017. 5. 10. 20:43

마누라가 힘없이 앉아 있다

아프냐고 물으니 말도 못하고 고개만 젖는다

무슨 고민이 있느냐고 했더니 그것도 아니란다

TV에서는 대통령선거 개표 실황이 숨가쁘게 보도되고 있다

마누라는 누구를 지지하거나 싫어하는 후보도 없다

그런데도 맥아리가 없이 거실에 주저앉아 TV만 보고 있다

그러더니 연극이 다 끝났으니 무슨 재미로 사느냐고 말 한다

그동안 TV를 켜면 세상이 금방 뒤집힐것 처럼 요란스럽다가 대통령선거 까지 끝나고 조용해지니 재미있는 연극이 끝난것 처럼 허탈한 모양이다

그러면서 새로 당선된 대통령은 나라를 위해서 일을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나는 걱정을 하지 말라고 했다

일본에 미라이 공업이라는 전기용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이 있다

사장은 야마다 아키오라는 사람이다

야마다 사장의 회사 운영방식은 유토피아 경영이라는 인간우선 경영이다

야마다 사장은 일본 기업 특유의 경영혁신이나 합리화 따위는 장애물이라고 말하며 직원도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관리를 한다

그래서 사원을 뽑을 때도 기준이 없다

먼저 온 사람, 멀리서 온 사람,  키가 작은 사람 식으로 그때 그때 마음 내키는 대로 뽑는다

그러면서 자기 회사를 바보가 다니는 멍청한 회사라고 떠들고 다닌다

승진은 제비뽑기로 한다

바보나 멍청이도 과장을 시키면 과장 짓을 하고 부장을 시켜 놓으면 부장 짓을 한다는 야마다 사장의 인력관리 철학 때문이다

사장은 직원들 일에는 일체 관여를 안하고 원가절감을 위해서 절전만 외치고 다닌다

절전으로 모은 돈으로는 전직원이 해외여행을 간다

임원은 사원들이 하기 싫어하는 배수구 청소나 정원관리를 한다

그래서 직원들은 승진이 안되어도 운이 없다고 생각하지 실망을 하지 않는다

무능하다고 무시 당하거나 유능하다고 억압 당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일만 해서 성과를 내는 웃기는 회사다

그래도 일본에서는 손에 꼽히는 우량회사이다

새로운 대통령도 유토피아 국정운영을 했으면 좋겠다

선거과정에서  이런 저런 트집으로 머리가 터지게 싸움질을 했어도 이제 대통령이 되었으니 대통령 짓을 잘 해서 걱정 할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연극은 끝났다

각자 모두 자기 자리로 돌아가 지기가 할 짓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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