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원일기

누드화를 그리는 이유

재정이 할아버지 2017. 5. 9. 19:44

마누라하고 식당에 갔는데 벽에 야릇한 누드화가 걸려있다

요즈음 식당은 인테리어가 고급화되고 세련되어서 그런지 천박하지 않고 고급스럽다

주인에게 작가를 물어보니 친척 중에 화가가 있어서 개업선물로 받은 것이라고 했다

전에 다니던 직장 로비는 미술관이었다

유명작가의 전시회나 명화를 소장하는 미술관이 아니고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에게 무료로 전시회 공간을 제공하는 일종의 문화지원 사업이었다

동호회 수준의 미술 전시회이지만 항상 그림이 걸려 있고 작가와 직접 이야기를 나누며 미술에 대한 안목을 넓힐 수 있어서 시간이 날때 마다 그림구경을 했다

누드화를 그리는 작가가 있었다

내가 누드화를 그리는 이유를 물었더니 아주 쉽게 대답을 햇다

잘 팔린다는것 이었다

동서고금의 미술작품에서 여성 누드화가 많은 이유도 같은 이유라는것 이었다

여성 누드화는 흔한데 반하여  남성 누드화가 드믄 이유는 남성 화가들의 호기심 때문이라고 했다

남성화가는 태생적으로 공격적이고 호기심이 많아서 항상 마음속에 아름다운 여성을 품고 있고 상상속에 있는 대상인 여성을 그리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여성화가는 남성 누드화 그리기를 꺼린다고 했다

남성 보다는 호기심이 적고 남성 누드화는 그려도 사가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 했다

아파트 거실에 여성 누드화가  걸려있는 것은 여러번 보았다

꽃이나 산수화보다는 품격이 있고 아름답다

남성 누드화는 보지를 못했다

남성 누드화가 거실에 걸려 있다고 상상을 해보니 어딘지 어색하고 불편할것 같은 생각이 든다  

영국의 썸머힐이라는 학교는 학생위주의 교육제도로 유명한데 학생들이 정한 규칙 중에는 수영장에서 남자 아이들은 유치원생도 반드시 수영복을 입어야 하지만 여학생은 고등학생도 완전 나체로 수영을 한다는 전통도 그런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누드화를 둘러싼 외설과 예술의 경계는 분명하지 않다

분명한 것은 누드화가 잘 팔린다는 것이다

애마부인 씨리즈, 산딸기 씨리즈, 변강쇠 씨리즈 영화는 스토리나 예술성은 논외로 하고 배우의 누드 하나로 대박난 영화들이다

요즈음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나 구해볼 수 있는 포르노가 넘치니 시들해 지기는 했지만 플레이 보이 잡지나 연애영화가 여배우의 누드 하나로 한시대를 울궈먹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림이든 영화이든 눈으로 보는 누드는 금방 식상하고 다시 보고 싶어지지 않는다

감추어진 것들을 상상하는 것이 더 자극적이고 아름다울 수가 있다 

여행중에 만난 무슬림 여성들이 온몸을 감싼 히잡 사이로 수줍게 마주치는 속눈썹이 긴 눈꼬리나 의자에 앉을때 살짝 드러나는 발목의 하얀살결을 보면 남자로서 호기심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같은 이야기나 뉴스를 TV로 보는 것과 라디오로 듣는 것과 신문으로 읽는 것의 느낌은 다르다

눈으로 접하는 TV뉴스는 덤덤히 바라만 본다

보이는 대로 보고 들리는 대로 이해를 하니 상상이 없다

라디오를 들으면 현장의 모습이 궁금해진다

글로 읽으면 상상의 날개가 무한대로 펄쳐진다

그림은 보이는 대로 보는 것이고,  이야기는 궁금해서 재미있고,  글로 읽는 것은 상상속의 세계다

김삿갓은 춘화 보다도 솔직하고  음담패설 보다도 재미있는 시를 많이 남겼다

주색잡기로 요절한 젊은이를 위로하기 위해 쓴 시를 조용히 음미하여 보면 글로 읽는 춘화의 매력이 있다   


爲爲不厭   更爲爲  (위위불염   갱위위)

不爲不爲   更爲爲  (불위불위   갱위위)

해도 해도 싫지 않아서   다시 하고 또 하고

안한다 안한다 하면서    다시 하고 또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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