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원일기

왕등어

재정이 할아버지 2017. 5. 16. 19:25


영동 심천의 금강으로 왕등어를 잡으러 갔다

장수에서 발원하여 대청댐으로 흘러가는 금강 상류의 깨끗한 물에서 사는 왕등어는 피라미 종류의 고기인데 피라미보다는 크기가 크고 색깔이 고와서 내가 좋아하는 물고기이다

큰놈은 꽁치정도의 크기라 잡아 올리는 손맛도 쏠쏠하다

왕등어라는 말은 참갈겨니의 전라도 사투리이고 전라도 지역에서 많이 잡히는 물고기이다

잡는 방법은 바다에서 학꽁치를 잡는 채비로 여울물에 지렁이 미끼를 흘려 보내면서 잡는 것이라 역동성이 있고 낚시의 묘미도 다 갖추었다

왕등어라는 이름은 난리를 피해 전라도로 피난온 왕이 먹어보고 맛이 좋아서 내려준 이름이라고 한다

내가 왕등어를 알게된 것은 남원으로 발령이 나서 가족과 처음 떨어져 지내게 되었을 때이다

퇴근을 하고 저녁산책을 나간 광한루 앞 요천강에서 낚시하는 사람들이  처음 보는 물고기를 잡고 있어서 물어보니 왕등어라고 했다

크기가 30cm정도 되고 5월이면 혼인색으로 무지개 빛이 도는 화려한 고기를 잡는 모습이 무척 신기했다

지리산에서 내려오는 깨끗한 물과 광한루에서 비치는 가로등의 불빛이 아른거리는 요천에서 퇴근 후 한두시간 왕등어를 잡았다

잡은 왕등어는 관사에서 함께 지내는 동료들의 좋은 술안주가 되어 객지에서의 무료한 저녁시간을 즐겁게 보내는 활력소가 되었다

남원을 떠난 후에는 왕등어를 잡을 곳도 없고 시간도 없어서 잊고 지내다가 우연히 금강상류에서 왕등어가 잡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낚시꾼들에게 왕등어는 귀찮은 잡어이다

왕등어를 잡으려는 낚시꾼은 없다

나도 이른봄에는 붕어를 잡으러 저수지로 낚시를 간다

크던 작던 붕어를 잡는 것이 낚시꾼의 소망이고 잡는 과정도 매력적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모든 저수지는 어족자원이 고갈되었고 더구나 블루길, 베스같은 외래어종만  들끓어 붕어는 잡는 것이 행운에 가깝다

더구나 날씨가 더워지면 저수지와 댐에 녹조가 끼어 더러워서 낚시를 하고 싶지도 않다

그래서 나는 맑은 물이 흐르는 강에서 간단한 채비로 쉽게 잡을 수 있고 맛도 좋은 왕등어를 잡기로 했다

한시간에 못잡아도 열마리는 너끈히  잡아 올리니 두세시간 운동삼아 낚시대를 휘두르고 나면 어망이 묵직하게 잡혀서 이 보다 더 좋은 낚시는 없다  

잡히지도 않는 붕어를 잡자고 더러운 물 앞에서 하루 종일 시간을 낭비하는것 보다 격은 떨어져도 왕등어를 잡으면 깨끗하고 운동량이 많아 몸과 마음이 가벼워진다

고기를 잡아야 낚시다

물도 맑고 고기도 깨끗해서 잡은 고기를 먹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나의 낚시원칙이다

오늘 기사에 농번기 농촌임금 11만원을 주어도 일손을 구할 수 없어서 많은 농가가 농사를 포기한다는 안타까운 뉴스가 있었다

새로 취임한 대통령은 일자리 늘리는 것을 국책 우선순위로 정했다고 크게 뉴스에 나왔다

농촌에서는 일할 사람이 없다고 난리고 나라에서는 일자리가 없다고 야단법석이다

무엇이 맞는 말인지 모르겠다

일자리는 일이 있으면 자연히 생기는 것인데 순서가 바뀐것이 아닌가 싶다

저수지를 만들면 고기는 어디서 오든지 와서 사는데 고기만 먼저 키워 놓고 저수지가 없으면 어항에서 키울 수 밖에 없어서 모두가 불행이다

예전에 친구가 툭하면 사무실로 찾아와서 취직을 시켜달라고 귀찮게 했었다

무슨 일을 원하느냐고 물었더니 넥타이를 매고 사무실에 앉아서 하는 일을 원한다고 했다

그러면 컴퓨터로 문서작성을 할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컴퓨터로는 고스톱만 잘 한다고 해서 기가 막혔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젊은이가 수만명이나 된다고 하는데 중소기업과 농촌에서는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당장 문을 닫아야할 정도로 인력난이 다급하다

더럽고, 험하고, 어려운 일은 하기 싫고 TV드라마에서 보는 고위급 공무원이나 대기업 본부장만 하려고 하지만 그런 일자리는 드라마에서나 보는 것이지 현실에서는  없는 일자리이다

지구 생명의 생성과 진화는 도전과 응전의 역사다

처음 생명이 탄생한 바다에서 포식자에게 쫒긴 약한 생명은 강으로 피해갔고 강에서도 살기 어려운 약자는 육지로 도망가서 생존수단으로 진화의 길을 갔다

바다에서 강으로 강에서 육지로 처음 올라간 용기있는 생명을 창조적 소수라고 한다

레드오션에서는 패자였지만 개척지 불루오션으로 가서 살아남은 창조적 소수인 약자가 현생 생물체들이다

안잡히는 붕어를 잡겠다고 더러운 물에서 하는  짜증나는 낚시를 버렸다

남들이 안잡는 왕등어를 깨끗한 물에서 잡는 나는 낚시의 불루오션을 개척한 창조적 소수이다

일자리도 붕어 한마리 보다는 왕등어 열마리가 잡기도 쉽고 가치가 높다는 인식으로 전환하면 그렇게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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