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원일기

남자 젖꼭지

재정이 할아버지 2017. 5. 23. 05:43

손자 표정이 야릇하다

놀이터에 나갔다가 날씨가 더워서 일찍 들어왔다

땀을 많이 흘려서 목욕을 시키려고 옷을 벗겨 놓았더니 손자가 제 고추를 손으로 조물락 거리며 짓는 표정이다

만지지 말라고 해도 막무가내다

두돌도 안된 손자이지만 그것도 사내라고 고추에 유별난 관심을 갖는다

항상 기저귀를 입혔으니 제대로 만져볼 기회가 없어서 신기하기는 할 것이다

욕조에 물이 차서 손자를 데려갔다

나도 웃옷을 벗고 손자를 씻기는데 이번에는 내 젖꼭지를 만진다

젖을 뗀지가 일년이 넘는데도 손자는 아직도 며느리 젖을 찾는 모양이다

손자를 안고 있던 며느리가 질겁을 하며 가슴을 찾는 손을 뿌리치는 것을 여러번 보았다

나도 막내아들 특권으로 초등학교 다닐때 까지 어머니 젖을 먹었다고 한다

이제는 손자를 두고 있는 나이이지만 어머니의 부드럽고 따듯한 가슴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마음의 고향이다

유아기 때를 벗지 못한 손자가 어미 젖을 찾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할아버지 젖꼭지를 보더니 그것도 젖꼭지라고 조물락거리며 기묘한 표정을 짓는것은 영락없는 사내짓이다

나는 조물주가 왜 남자에게도 젖꼭지를 달아 놓았는지, 무엇에 쓰려는 것인지 알지 못한다

세상의 모든것 어느 한가지도 허투르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남자 젖꼭지 만큼은 조물주의 실수라고 생각했다

나는 손자에게서 남자 젖꼭지도 때로는 쓰임새가 있음을 알았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말도 못하는 주제에도 관심가는 것은 어른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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