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원일기

명마

재정이 할아버지 2017. 6. 20. 05:27

폭염주의보가 내리니 사흘째 밖에 나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더위를 피해 집안에서 빈둥거리는데 마누라가 나를 부른다

공원 나무그늘에서 중년 여자들이 모여 커피를 마시고 있다

창밖으로 자주 보는 풍경이지만 마누라가 그중 한 여자를 가르치며 참 예쁘다고 했다

나이는 들었지만 자태가 단아하다

치장을 하지 않았어도 고상함이 풍기고 친구들 이야기를 들으며 미소짓는 얼굴에는 기품이 있다

마누라는 그 여자의 모습에 반해서 연신 예쁘지 않으냐고 나에게 동의를 구한다

그 여자는 영화에 나오는 배우처럼 정말 예쁘다

그렇다고 마누라 장단에 맞추어 같이 예쁘다고 하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게 여자 심뽀다

그래서 그 여자보다는 우리 마누라가 더 예쁘다고 거짓말을 했다

사실 마누라는 어느 구석도 그 여자처럼 예쁘지는 않다

예쁘지는 않은 대신 애교가 많아서 처녀때는 귀여웠다

지금도 나이에 비해서 말이나 행동이 소녀티를 벗지 못한 프리티 우먼이다

마누라도 저 여자처럼 꾸며 입으면 훨씬 더 예쁘다고 말을 하니 입이 찢어지게 좋아한다

그러더니 방으로 들어가 옷장을 뒤져서 그 여자가 입었던 옷과 비슷한 옷를 꺼내입고 나타났다

우리 마누라가 그 여자보다 훨씬 더  예쁘다고 엄지척을 해주었다

마누라는 신이나서 방을 들락거리며 이옷도 입어보고 저옷도 입어보고 내 앞에서 나타서 그 여자와 비교를 부탁했다

나는 그때 마다 우리 마누라가 짱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저녁때가 되자  마누라가 갑자기 시장을 간다면서 무엇이 먹고 싶으냐고 안하던 말을 한다

명마는 원래 거친 말이다

보통사람들은  다루기가 어려운 말이다

명장은 명마를 알아보고 길들이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다

마누라가 콧노래를 부르며 시장을 갔다

오늘 저녁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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