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원일기

감자 캐는 날

재정이 할아버지 2017. 6. 26. 05:49

 

 

감자를 심은지 100일이 지났다

엊그제가 하지이다

3월 초에 심어서 하지에 캔다고 해서 여름감자를 하지감자라고도 한다

감자를 심고 부터 시작된 극심한 가뭄으로 100일 동안 갈증에 시달렸다

하지가 되자 감자를 살찌우는 소임을 다한 감자잎이 누렇게 뜨고 힘없이 눕는다

애썼다

고생했다

그래서 오늘 감자을 캐기로 했다

 

감자는 구황작물이다

봄이 오면 제일 먼저 심어서 100일이라는 짧은 기간에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식량으로 자란다

아무데서나 잘 자라고, 가꾸기 쉽고, 다양한 먹거리 재료로 요긴하다

모든 사람들에게 고마운 감자다

솜씨없는 농부를 만나고 가뭄까지 겹쳐서 고생을 하면서도 통통하게 살찐 모습들이 나를 감격스럽게 한다

종자감자 2kg 58포기를 심어서 50kg을 생산했다

 

손자는 거친 흙밭길을 걷는것 조차 두려워 한다

감자 한알이라도 만져보고, 캐보게 하려고 무던히 애를 섰지만 손자는 끝내 아비품을 내려오지 않는다

감자를 심을 때부터 손자 손을 잡고 걸어가서 함께 캐리라는 기대로 열심히 농사를 지었는데 보여주는것 만족한다

감자 한알을 키워서 풍성하게 곡간을 채운다

지금은 아무것도 모르는 손자이지만 세상에 빛이 되는 사람으로 키우기 위해 하나 하나 보여주고 가르쳐 주자

'생원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비둘기의 이소(離巢)  (0) 2017.06.28
효자손  (0) 2017.06.27
작은 음악회  (0) 2017.06.23
잡초  (0) 2017.06.22
커피  (0) 2017.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