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원일기

헌칼로 무자르기

재정이 할아버지 2017. 11. 9. 05:42

헌칼로 무를 잘랐다

우연히 소싯적 추억으로 참가했던 백일장 결과 발표가 있었다

녹슬고 무딘 헌칼이라 무도 못자를까 걱정했는데 대상에 입상하였다

지방문화제의 작은 행사이지만 참여하고 즐기고 나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고 싶었다

내가 쓰는 글이 공허한 넑두리인지 공감이가는 글인지도 알고 싶었다 

학창시절에는 겁없이 휘둘렀던 칼이지만 삶의 무게에 짓눌려 접어두었다

글을 써서 남들에게 보여줄 만큼 학식도 인격도 모자란다는 자격지심 때문이다

녹슬고 무디고 아무짝에도 쓸모없던 헌칼을 다시 꺼낸것은 블로그다

꺼져가는 화롯불에서 입으로 불어 불씨를 살려낸 것은 생원일기다 

일기를 쓰듯 매일 매일 나의 일상이라도 기록으로 남겨보자는 욕심에서 시작한 생원일기다

백일장에서도 생원일기를 쓰듯 글을 썼다

백일장은 마라톤 경기와 같다

참여하려고 왔다가 제목이 마음에 안들어 포기하고, 쓰다가 풀리지 않아서 포기하고 완주자는 몇명이 되지 않는다

완주하고 입상까지 하여 생원일기에 품질인증 표시 하나를 달았기에 만족이다

블로그 친구들의 미소짓는 아침을 위해 내일을 준비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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