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원일기

국민학교 입학 시험

재정이 할아버지 2018. 1. 4. 20:05

오늘은 초등학교 신입생 예비 소집일이다

엄마 손을 잡고 교문에 들어서는 신입생 아이들의 희망찬 눈망울이 초롱초롱하다

요즈음 아이들은 기저귀를 달고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해서 유치원까지 마치고 초등학교에 오니 낯선 학교도 씩씩하게 걸어 들어온다

나는 국민학교도 시험을 치르고 입학했다.

지금은 초등학교라고 하지만 1960년대에는 국민학교이었다.

학령기가 되면 의무적으로 입학하는 국민학교이지만 나는 시험을 치르고 입학을 해야 했다.  

공립 국민학교를 시험을 치르고 입학한 사람은 극히 드문  경우이다.

우리 아버지는 독학으로 공부해서 변호사 사무실에 부동산 거래 계약이나 소송 심부름을 다닐 만큼 세상 물정에 밝은 분이었는데 어찌 된 일인지 아들 호적을 정확히 2년씩 늦게 신고했다.

그 덕에 공무원인 우리 형제들은 실제 나이보다 2년씩 직장생활을 더 하는 혜택을 입기도 했지만 불편한 일도 많았다.

내가 국민학교 입학 학령기가 되었을 때 친구들은 취학 통지서가 나와서 학교에 가는데 나만 빠졌다.

학교에 못가는 내가 친구를 따라 학교에 가겠다고 매일 울고불고 난리를 쳤던 모양이다.

아버지가 나를 데리고 학교에 갔다

아버지는 교장실로 나를 데리고 갔고, 교장 선생님과 무슨 말을 한참 나누었다.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은 교장 선생님이 나를 보고 손가락으로 하나, 둘,  셋...열까지 세어 보라고 했다

나는 열 까지 세었다.

교장 선생님이 일어서,  앉아 하면 나는 걸상에서 일어서고, 앉고 했다.

교장 선생님이 교장실을 한 바퀴 걸어 보라고 했다.

나는 교장실을 한바퀴 걸었다.

교장 선생님이 그 자리에서 합격을 알렸고 다음 날 부터 친구들과 학교에 다니기 시작했다.

누구처럼 불법이나 압력 없이도 당당하게 내 실력으로 합격했다.

그래서 만난 친구들이 국민학교 동창들이다.

내 생일이 12월이니 나이가 같은 동창 중에도 거의 막내라고 봐야 한다

그래서 국민학교 다닐 때는 무녀리 짓만 하고 운동회 달리기는 항상 꼴등이었다.

국민학교 동창회 모임에서 밴드를 개설했다고 가입하라는 연락이 왔다.

스마트폰으로 전화기를 바꾸고 카톡을 배운지도 얼마되지 않는다

카톡을 겨우 알만하니 국민학교 동창들이 듣도 보도 못한 밴드를 하라는 것이다.

밴드를 못 하면 동창회도 못 나갈 형편이라 하루 종일 밴드가 무엇인지 들여다 보니 골치가 아프다.

한글을 모르는 할머니가 측은해 보이더니 이제는 카톡, 밴드, 블로그, 카페를 모르면 친구들이 못난 놈이라고 축에 끼워주지 않을 것 같아 열심히 배운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니 따라서 가기에도 멀미가 난다

요즈음 초등학교 신입생은 한글은 물론이고 산수도 덧셈 뺄샘은 기본으로 알아야 하고 영어와 한자까지 공부하고 간다고 한다

내가 입학했던 국민학교는 말귀만 알아들으면 입학했는데 격세지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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