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은 온천 관광 휴양지다
명절이나 특별한 날 별러서 목욕을 하러 오던 곳에 지금 내가 살고 있다
태조 이성계도 유성에서 목욕을 하고 갔다고 하니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개발된 온천이고 수질도 좋다
유성이 온천으로 유명한 휴양지라고 하지만 이곳으로 이사를 온 이후 온천수 목욕탕에 가지 못했다
겨울에는 추워서 못가고 여름에는 특별 이벤트가 있어서 못갔다
유성의 여름철 특별 이벤트는 가정집 수도꼭지에서도 더운물이 나온다는 것이다
금년에는 다른 해 보다 더 따듯한 물이 나온다
도로도 뜨겁게 달궈서 아무 곳에 서 있어도 땀이 줄줄 흘러내려 사우나가 된다
유성에 사는 아이들은 여름이 되면 아무 곳에서나 따듯한 물을 받아 놓고 신나게 물놀이를 한다
재정이도 어린이집 마당에서 물놀이를 했다
그래서 유성이 온천 휴양지다
다른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가정집 수도꼭지에서 더운물이 나오고
도로에서도 사우나를 할 수 있는 유성 온천 휴양지의 매력을 모를 것이다
재민이는 집에서 욕조에 따듯한 물을 받아 놓고 온천욕을 한다
유성, 살기 좋은 온천 휴양지다
유성의 아이들은 여름이면 수도에서 나오는 온천수로 재미있는 놀이도 한다
다른 지역 아이들은 차가운 수돗물을 보일러에 데워서 목욕을 하지만
유성은 수도꼭지만 틀면 더운물이 나온다
유성에서는 화초도 온천수로 키워서 잘 자란다
멀지 않은 계룡산에 가면
산에서 흘러내린 청정수가 사시사철 넘치게 흘러서 아이들이 마른 목을 축인다
마시고 남은 물은 모아서
온 가족이 즐기는 물놀이장이 되기도 한다
유성(儒城)이라는 지명은
신라에 멸망한 백제의 선비들이 계룡산에 숨어들어 살면서 생겨났다고 한다
선비들이 살았다는 지명 때문인지
유성에는 공부를 잘 해야 들어가는 대학이 여럿있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연구소들이 밀집되어 있어서
명실상부한 선비들의 고장이다
선비의 후예답게 재정이도 어린이 집에서 선비가 갖추어야 할 기본 소양 공부에 열중이다
배우려는 열정이 날카로운 눈빛에 역력히 살아 있어서 미래를 기대하게 한다
공부면 공부
놀이면 놀이
재정이의 역량이 날로 진화한다
이제는 동전을 넣는 게임기에서 게임도 한다
어린이집 여름 캠프에서 인디언 소년으로 분장을 했다
하늘을 나는 슈퍼맨이 되기도 한다
어린이 집에서 만들어 준 왕관도 즐겨 쓴다
재정이는 재민이 형이다
형 노릇으로 동생을 보듬는 의무감이 발동한다
그러나 재민이는 재정이의 관심이 마뜩찮다
사랑의 표현이 어설프고 서툴러서
뭉개고, 굴리고, 찔러대니 재민이에게는 공포다
형이 가까이 오면 자지러지게 울며 경계태세로 돌입한다
엄마처럼, 아빠처럼 재정이 옆에 누워있고 싶지만 금방 깔아 뭉개서 평화는 오래 가지 않는다
전문 사진사가 스튜디오에서 찍은 재민이 백일 사진이 나왔다
이목구비가 뚜렸해서 내 손자가 아니라도 예쁘다
백일을 탈 없이 지냈으니
이제는 세상으로 힘차게 뛰쳐 나가는 기개다
건강하고 바르게 살면서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누리며 살거라
자세가 야하기는 해도 발가락을 빨려니 어쩔 수가 없다
의자에 앉는 것도 자연스럽다
조금은 건방지게 할아버지를 노려 보기도 한다
지금 유성 온천 휴양지는 밤 낯 없이 한증막이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듯
더위 먹은 아기가 할아버지 알기를 우습게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