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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풍선

광고풍선 아침에 배달된 신문을 펼치면 어김없이 너댓장씩의 간지가 들어있다. 피아노 학원 개원, 마을 근처 슈퍼마켙의 새 상품 선전, 새로 지은 연립주택 분양안내, 양복점 할인권 등 내용도 다양하고, 내가 하는 사업을 널리 알리고자 몸부림치는 영세 상인들의 고뇌가 담겨져 있다. 간지의 광고 효과가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광고의 대상이 되는 나의 경우는 낙엽을 쓸어내듯 그냥 쓰레기통에 구겨넣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좀 여유가 있는 일요일 같은 날은 도대체 내용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대충이라도 훑어 보게 되는데, 대개는 믿을 수 없는 천박한 상혼으로 고소를 머금을 때가 많다. 진실성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또 다음날 부터 낙엽을 털어내듯 그 많은 간지들을 쓰레기통에 구겨 넣는다. 우리나라 같이..

생원일기 2016.12.20

뿌리농사

[뿌리 농사] 학교를 졸업하고, 군복무를 마치고, 그렇게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겪는 통상의 사슬에서 풀려나자 전매청 발령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없어진 영월지청 수납과로 초임되었다. 먼 발치로 구경조차 해본 일이 없는 담배농사 경작지도 부서에 푸짐하게 내리는 눈을 맞으며 부임하던 첫날, 계장은 담배경작 참고 도서를 한아름 안기며 한달 동안 이것만 열심히 공부하라고 했다. 학교 교과서에서도 특용작물 과목에 열쪽 정도로 간략히 소개 되었을 뿐인 담배 단일 작물에 초미시적인 생리, 병리 이론에 근거한 경작기술서들이었다. 봄이 오고, 담배 경작인을 찾아다니는 경작지도 출장이 시작되었다. 나의 직장생활 초기는 시험준비하듯 암기한 얇팍한 지식과 귀동냥, 눈치 동냥으로 땜질한 이론이, 산지 경작인들의 ..

생원일기 2016.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