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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 봤다

[심 봤다]지난 6월 중순경이었다. 담 하나 사이로 이웃에 사는 김씨가 밤늦게 나를 찾아 왔다. 평소 부터 낯은 익지만 특별히 아는 사이랄 것도 없는 김씨다. 김씨는 보따리 하나를 들고 엉거주춤 서 있었다. “ 전매국에 다닌다기에 찾아 왔심니다......” 듣던 대로, 사람 좋기는 그만이지만 동네 허드렛일 품팔이로 근근히 살아가는 김씨는 전매청을 옛적 이름인 전매국으로 착각하고 있을 만큼 무지렁이 였다. 외출에서 금방 돌아온듯 헐렁하게 걸친 낡은 밤색 양복 위로 허수아비처럼 깡마른 그의 몸은 목이 유난히 길어 보였다. 때에 쩔어든 머리는 수세미 같았으며 흘러내리는 땀은 누룩뜨는 냄새도 났다. 용건을 물으니 환갑이 불원한 나이에도 불구하고 서른 일곱 밖에 되지 않은 나에게 허리를 조아리며 걱정거리가 있어 ..

생원일기 2016.12.21

주머니 칼

주머니 칼 나는 가끔 아이들 책상서랍을 뒤져 못쓰는 장난감을 한 소쿠리씩 쓰레기통에 던져 버린다. 로봇, 자동차, 총, 공 …… 돈으로 치자면 기껏해야 천원 내외의 하잘것 없는 것들이지만 아이들이 엄마를 졸라 어렵게 얻어낸 동전 한닢을 들고 장난감 가게에서 똘망똘망 눈을 굴리며 고르고 고른 물건들이다. 그러한 장남감들은 산지 며칠이 못가 고장이 나기도 하고 싫증이 나서 이방 저방 천덕구러기로 굴러 다닌다. 그런것들을 어른들이 아깝기도 하고 혹시나 싶어 서랍에 넣어둔것 들이다. 황당무계한 모양으로 끝 없는 우주를 날아 다니던 로봇, 현란한 색깔과 모양으로 세상에서 제일 힘세고 멋지기를 바랬던 무사들은 아이들의 허황된 꿈과 함께 그렇게 버려지는 것이다. 년말이 되면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빠쁘다. 사업은 사..

생원일기 2016.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