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원일기

뻔뻔함의 힘

재정이 할아버지 2017. 4. 25. 13:57

대통령 선거 후보자 토론이 흥미롭다

예전과는 다르게 준비된 자료를 읽는 토론이 아니고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과 생각을 유권자들에게 알리는 기회라는 점에서 나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 보았다

토론 주제도 즉석에서 제시 되니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을 제대로 검증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토론이 시작되자 대통령 후보들은 토론의 생명인 주제는 안중에도 없고 상대 후보의 잘못을 캐묻거나 자신의 억울함을 변명하는 말싸움으로 변질되어서 중간에 TV를 꺼버렸다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라는 표어를 본적이 있다

다수의 사람이 선택한 후보가 전체를 대표한다는 다수결의 원칙이 선거와 민주주의의 핵심이다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난해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유권자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훌륭한 후보를 선택하려고 하는데 이번 토론은 덜 나쁜 후보가 누구냐를 판단해야 하는 토론이 되었으니 난감하다

나도 선거에 후보로 나선 일이 한번 있었다 

초등학교 시절인데 민주주의를 배우는 의미에서 학급별로 반장, 부반장, 자치회장을 선거로 선출했다

친한 친구가 나를 부반장 후보로 추천 했다

나도 반장을 해보고 싶었고 회장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러나 내가 하겠다고 손을 들고 나설수 있는 용기도 없었고 민주주의 방식도 아니니 마음만 졸이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내가 부반장 후보로 추천을 받는 순간 기쁘기도 했지만  당황스럽고 쑥스러웠다

그래서 얼굴을 붉히고 잠시 있다가 쑥스러움을 벗어나려고  손을 들고 발언권을 얻어서 나를 추천한 그 친구를 부반장 후보로 같이 추천해 주었다

결국 서로 추천한 친구 끼리 후보가 되어 부반장 선거를 하게 되었는데 투표용지를 받아 들고 나는 또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내 이름을 써서 내가 부반장이 될까, 아니면 친구에게 투표를 해서 친구를 부반장으로 뽑을까 망설여지는것 이었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나는 투표용지에 친구의 이름을 썼고 개표결과 1표 차이로 부반장 선거에서 나는 떨어졌다

나는 친구에게 그 이야기를 하지 않았고 지금 까지 친하게 잘 지내고 있다

선거가 민주주의에서 더 없이 좋은 제도라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지만 함정도 있다

말을 아주 잘해서 대중을 선동하여 선거에서 당선되었다

그의 말은 모두 거짓이었고 선거공약도 실천을 하지 않는다면 나쁜 대표를 뽑은 다수결의 오류가 된다

다수결의 오류는 민주주의 발상지인 그리스에서 소크라테스에게 독배를 마시게 한 재판에서 기원한다

못생기고 독특한 행동을 하는 소크라테스는 배심원들의 미움을 사서 신을 모욕했다는 누명을 썼고 진실이 아닌 다수결로 사형 판결을 내렸다는 것이다

그러한 다수결의 오류를 예방하려고 대통령 후보 공개토론을 하는 것인데 토론에서 드러난 것은 대통령이 되려면 뻔뻔해야 한다는 것만 알게 되었다  

권력과 명예를 위해서 가족의 치부가 난도질 당해도 아무렇지도 않고 자신의 부끄러운 과거도 지나가다가 똥을 밟은것 이라고 항변을 한다  

치부나 잘못은 인정해야 용서가 되는데 부정을 해버리니 코미디 같은 동문서답이 되고 말꼬리만 잡고 늘어져 뻔뻔함의 경연장이 되어 버렸다

나도 부반장이 되려면 친구들에게 1년간 교실 청소는 나 혼자 할테니 나를 뽑아 달라고 뻔뻔한 말이라도 해야 했다

그것 뿐만 아니다

예쁘고 똑똑했던 그때 그 처녀에게 싫다는 말에도 주눅들지 말고 매일밤 찾아가서 무릎을 꿇고 사랑을 고백하는 뻔뻔함이 있어야 했다

직장에서도 승진 시기가 되면 상사의 바짓가랑이에 매달려 승진 시켜주지 않으면 목 매어 죽겠다는 거짓말도 서슴없이 하는 뻔뻔함도 있어야 했다

아버지에게 재산을 모두 나에게 물려주면 왕 처럼 제사를 잘 모시겠다고 하는 뻔뻔함도 있어야 했다

그런 뻔뻔함이 있었다면 나는 지금.....

너희들과는 안 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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