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원일기

남자는 짐승, 여자는 천사

재정이 할아버지 2018. 2. 2. 20:01

긁어서 부스럼을 만드는 것이 부부 싸움이다. 저녁을 잘 먹고 TV로 뉴스를 보고 있었다. 뜬금없이 성범죄 뉴스로 시끌하다. 피해 여성이 권력의 핵이고 정의의 수호자라는 현직 검사여서 호기심을 자극한다. 가해자 역시 최고 엘리트 집단인 검찰 간부라는 점도 흥미롭다. 성추행 장소가 장례식장이라는 점은 정상적인 상식을 한참이나 벗어난 충격이다. 아주 오래전의 일이 새삼스럽게 논란이 되고 있다는 점도 이치에는 맞지 않는 일이다

 

세간의 성과 관련된 이야기나 범죄는 본질보다는 흥미로 관심을 끄는 경우가 많다.우리는 어려서부터 아랫도리는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곳이니 가리고 살라고 배웠다.같은 남자끼리도 화장실에서 조차 보이지 않으려고 조금은 돌아서서 용변을 보기도 했다. 위계질서가 서릿발 같은 군대에서도 상관에게 경례하지 않아도 되는 곳은 식당과 화장실과 목욕탕이다.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는 속설에 따라 식당은 그렇다 치고, 화장실과 목욕탕은 못 볼 것을 보게 되니 봐도 모른 체 하라는 뜻이다

 

가리면 가릴수록 궁금해지고 보고 싶은 것이 사람의 심리다. 망측하다고 외면하는 성이지만 내심은 궁금하고 알고 싶다.

 

성범죄 피해자는 대부분 여성이다. 성에 대해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남성에게는 관대하고 여성에게는 억압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궁금해하고 관심을 가질수록 피해를 당한 여자의 아픔은 커진다. 선과 악을 떠나서 여자의 가슴에 새겨지는 주홍글씨 때문이다. 남성은 가해자이지만 법률적 책임만 끝나면 자유롭다. 그래서 그런지 성범죄 사건이 터지면 가해자인 남성보다는 피해자인 여성이 누구인지 화제가 된다

 

나 역시도 그런 면에서는 속물이다. 뉴스를 보다가 무심코 남자들이 추근댈 만큼 여자가 예쁘다고 혼잣말을 한 것이 화근이었다. 옆에서 말없이 뉴스를 보고 있던 마누라가 갑자기 남자는 다 똑같은 짐승이라고 소리를 질렀다. 여자가 예쁘면 도나 개나 달려들어서 수작을 걸어도 되느냐며 불같이 화를 냈다. 나만 아니면 그만이지 왜 남의 일에 화를 내느냐고 하자 나도 당해봐서 안다며 더욱 기승을 한다. 마누라가 성범죄를 당했다는 말에 까무러치게 놀라서 언제 누구에게 당했느냐고 다그치듯 물었다. 마누라는 손가락으로 나를 가르치며 너에게 당했다고 눈을 부라렸다

 

자기는 아무것도 모르는 천사 같은 처녀였다는 것이다. 만나기 싫다고 하는데도 내가 자기를 불러내서 성희롱을 했다는 것이다. 나에게 그렇게 당해서 할 수 없이 시집을 왔고, 이제껏 고생하며 살고 있는 것이 지금도 억울하다는 것이다

 

큰일이다. 이제는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나도, 너도, .... 모두, 이럴 판이니 남북으로 갈라진 나라가 짐승 나라, 천사 나라로 또 갈라지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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