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회 등산

초암산 철쭉꽃 (2019. 5.11)

재정이 할아버지 2019. 5. 14. 21:02



산악회 등산이라고 회원 모두 등반가는 아니다

처음 부터 나무 그늘에서 친구들과 한담을 나누다가 오는 분도 있고

가는데 까지 가다가 시간이 되면 돌아 오는

나 같은 거북이 등산도 있다


명산, 경승지라 한들

산을 오르는 것은 고행이고

절경도 몸과 마음이 편해야 아름다운 것이다


보성 초암산은

유명하지도 않고, 빼어난 경치도 없다

5월 한 철 철쭉꽃을 보러 가는 산이다

    


나무꾼이 지게를 지고 오가던 자연 그대로의 산 길


가뭄으로 먼지가  풀풀 날리고

마른 풀잎에 발길이 미끄럽다

조심조심 오르고 또 오르니 

멀리 정상이 보이고 철쭉꽃이 기다린다



철쭉이 군락을 이루었다

키를 넘게 자란 철축 사잇길이  정상으로 가는 길이다


철쭉은 나무에 독성이 있어 짐승들이 먹지 않는다

양이나 고라니가 왕성한 식욕으로 모든 풀과 나무들을 먹어 치워도

철쭉만 남겨서 이렇게 군락을 이룬다고 한다




혼자가 아니라는 증명사진

어디를 가나 기록물로 한장 씩 남긴다

 

5월도 중순이라 철쭉꽃이 지기 시작하여 화사한 생기는 잃었지만 정상부는 만개다



꽃 옆에 사람이 서면 꽃이 사람 같고

사람이 꽃 옆에 서면 사람도 꽃과 같다


꽃밭에서는 꽃처럼 예뻐지고 싶은 것이 여자의 마음이다



태숙이 언니


모르는 사람으로 만나 동행이 되었다


산길을 걸으며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나와 같은 회사에서 같은 기간 함께 근무했던 직장 동료이고 퇴직 동기다

부서가 달라서 반 평생  한솥 밥을 먹었어도 초면이었다


이제는 산행 일정이 잡히면 기다려지는 사람이다

 


무슨 사연이 있기에

기름진 토양을 뿌리치고

바위 틈 거친 곳에 뿌리를 박고 토라져 앉았을까?


그래도 봄이라고 꽃 까지 품었지만

지나가는 눈길에는 기구하고 모질어서 애잔함만 남는다



초암산 정상 부터 밤골재로 이어지는 능선은 전체가 철쭉 꽃길이다


무릎이 아프고, 허리가 아프고, 숨이 차서......

사연도 가지가지

나이들고 힘든 이는 갈 수 없는 길


멀리 꽃길을 눈에 만 담고

그들과 하나가 되어 나도 올라온 길을 되짚어 내려간다



철쭉꽃을 보자고 산에 올랐는데

산에서 내려와 주차장에 돌아오니

제일 예쁜 철쭉꽃은 주차장에 있었다


행복은 높은 곳으로 찾아 가는 것이 아니라

낮은 곳에서 찾아 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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