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원일기

이불판 씨름

재정이 할아버지 2017. 1. 3. 14:04

병원에서 친구를 만났다

유난히 키도 작고 마른 왜소한 친구인데 성격이 쾌활하고 손재주가 뛰어나 인기가 많은 친구다

젊어서는 키타치며 노래도 잘했고, 사진사로 일하다 지금은 인테리어사업을 한다

옆에는 친구의 부인도 있었는데 친구 부인은 키가 구척이고 떡 벌어진 어깨의 여장부이지만 심성이 착하고 고와서 친구 말에 항상 순종하는 사람이다

친구는 본인이 키가 작고 왜소해서 자식만큼은 키도 크고 덩치도 커야 된다고 생각해서 배우자의 첫 번째 조건은 키와 체격이 큰 여자였다

친구는 키가 크고 체격이 좋은 여자를 찾기 위해서 여자들이 많은 방직공장 사진사로 갔다

점심시간에 공장 정원에서 사원들 사진을 찍어주는 일이었는데 카메라가 귀하던 시절이라 영업은 잘되었다.

서비스로 키타를 치며 노래도 불러서 인기도 좋았다

방직공장에서 사진사로 일하며 키와 체격이 제일 큰 여자를 찜해서 만난 사람이 지금의 친구 부인이다

암컷은 엄청 크고 숫컷은 아주 작은 방아개비 같은 부부다

친구는 소원대로 자녀들이 키도 크고 체격도 당당하다고 늘 자랑을 한다

 

친구는 다리에 깁스를 하고 목발 까지 짚고 있었다

인테리어 사업을 하니 공사장에서 다친 줄 알고 연유를 물으니 두 사람이 배를 잡고 웃기 부터 한다

 

친구가 속상한 일이 있어서 별것도 아닌데 부인을 심하게 나무란 모양이다.

키와 덩치는 크지만 심성이 착해서 한줌 밖에 안되는 왜소한 남편에게 싫은 내색이나 말대꾸 조차 안하던 부인이었다

이유없이 타박당한 부인은 꾹꾹 참다가 도저히 용서가 안되어 저녁에 잠을 자려고 이불을 펴다 말고 갑자기 씨름을 하자고 친구에게 덤벼들었다

부인의 속 마음은 분풀이였지만 웃으며 씨름을 하지고 덤볐으니 형식은 장난이었다

장난처럼 시작했지만 체구가 작아도 사내는 사내인지라 친구는 지기 싫었다

이불판 씨름이 시작되었다.

부인은 힘을 믿고, 친구는 꾀를 믿고 씨름을 시작했다.

친구 부인은 힘은 있지만 씨름의 요령도 꾀도 없어 붙잡고 버티기만 하더란다.

꾀가 있는 친구가 적당히 힘을 뺀 후 호미걸이 기술을 걸었는데 힘으로 버티니 넘어가지를 않더란다.

기술이 풀리면 씨름에서 지는 수모를 당해야 하는 친구가 이를 악물고 다시 힘을 주는 순간 딱 소리가 났다

종아리뼈에 금이 가는 부상을 당해 친구의 기권패였다.

 

셋이서 배꼽이 빠지게 웃고 났지만 어째 좀 이상하다.

친구도, 친구 부인도, 나도 웃어도 웃는게 아니었다

친구가 이제는 다시는 씨름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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