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원일기

교회에 안 가는 이유

재정이 할아버지 2017. 1. 11. 17:58

친구를 만났다.

깊은 신앙심으로 교회에 열심히 나가고 사회 봉사 활동을 활발히 하는 좋은 친구다

친구는 나를 만나면 교회에 함께 나가서 봉사활동을 같이 하자고 목을 멘다

나는 교회는 죽어도 안 간다고 여러번 말했다.

친구가 죽어도 교회를 안 가는 이유가 있느냐고 물었다

군대에 가서 훈련을 마치고 자대로 갔다.

자대로 가서 중대 배치를 받은 다음 날 부터, 10여명 되는 전입 동기들과 공사장 사역에 투입 되었다.

부대 바로 옆에 조그만 마을 교회를 짓고 있었는데 삽과 괭이로 땅을 파고 시멘트를 부어 건물의 기초를 다지는 일이었다

힘들어도 힘들다는 말도 못하고, 잠도  각을 잡고 자야하는  신병이다.

땅을 파라면 죽어라 땅을 파고, 물을 가져 오라면 번개 처럼 뛰어다니며 물을 길어 날랐다

쉬는 시간에도 선임병의 기쁨조가 되어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면서 열심히 했다

오후가 되자 마을 아주머니들이 새참으로 잔치국수를 삶아 왔다.

맛있어서 뚝딱 먹고 나니 잘 먹는다며  한 그릇을 더 준다.  

더 먹었다. 

국수 두 그릇을 먹고 나니 배가 불렀다.

작업반장  박병장이 작업을 끝내고 부대로 귀대하라고 했다,

저녁식사 시간이었다.

나는 배가 불러서 저녁을 안 먹는다고  했다.

박병장은 친절하게 미소지으며 혼자 내무반에 가 있으라고 했다

나는 혼자 내무반에 들어와 각을 잡고 앉아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내무반에 들어온 박병장이 나를 불렀다

저녁을 왜 안 먹었느냐고 물었다

국수를 먹어서 배가 불러 안 먹었다고 했다

박병장은 제대를 얼마 남기지 않은 내무반의 왕고참이었다

박병장은 군대가 무엇인지를 가르쳐 주겠다고 하면서 배가 고플 때까지 맞으라며 나를 때리기 시작했다

나만 맞은 것이 아니라 나 때문에 내부반 전체가 삽시간에 치고 받는 생지옥으로 변했다.

그날 내 평생 맞을 매는 다 맞았다.

친구에게 그런 일이 교회를 짓다가 일어난 일이라 지금도 교회는 근처에도 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친구가 그 일이 아직도 용서가 안되느냐고 물었다.

군대 일은 용서가 아니라 돌아서서 오줌 한번 누면 없어지는 일이지만 그래도 잊혀지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 친구는 군대를 안 간 친구다.

그래서 너도 그런 것을 알려면 지금이라도 군대를 가 봐라, 그런 것을 이해하면 나도 교회를 간다고 했다

친구는 나 보고 교회에 나오지 말라고 하며 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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