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자 재정이 88

펜션에서 1박 2일

재정이, 재민이가 아빠 직장 동료들과 펜션으로 여행 가는 날 여행을 많이 다녔지만 펜션에서 단체로 1박 2일은 처음이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 금산의 적벽강이다 가는 길에 재민이가 좋아하는 소방차를 가까이에서 보여 주었다 재민이는 특장차 애호가다 동네에 있는 소방서를 지날 때 마다 재민이는 소방차를 보면 환호를 한다 재민이 소원 하나가 풀렸다 펜션에 도착해서 물놀이 가는 길 달구지처럼 개조한 차량에 아이들이 옹기종기 처음 만나 낯이 설고 전장으로 떠나는 심정이라 아이들의 표정에는 긴장감이 돈다 전쟁물자 물을 퍼 담고 무기를 점검해서 지급받고 실전에 투입되어 전사가 된다 놀다 지치면 그늘에 앉아 간식을 먹는다 어둠이 깔린 펜션의 밤 아이들에게는 숲 속의 밤공기가 처음이지만 폭죽놀이는 최고의 인기 프로그램이..

재민이는 사과나무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 해도 나는 오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명언이 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코로나 19 세상은 금방 인류가 멸망할 것 같은 절망적 상황이지만 시련의 날들을 견디고 지나가면 오늘이 인류가 겪은 재난의 역사가 된다 코로나 19 예방을 위한 사회적 격리는 사람이 무섭고, 기피의 대상이 되었다 사람을 피해서 멀고도 한적한 목장에 재정이 재민이가 나들이를 했다 이제 막 세상에 태어난 병아리 재민이도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병아리다 세상 곳곳에서 코로나 19 감염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고 병들고 힘겨워하고 있다 치료약도 없고 예방할 백신도 없으니 마스크 한 장에 기도하는 마음을 담아 요행에 기대어 살고 있다 병아리와 재민이는 알리가 없다 사람이 사람을 무서워하는 혼돈에 빠졌지만 동물은 여전히..

재민이의 걱정

무슨 걱정일까? 엄마에게 야단을 맞은 것도 아니고 형과 싸워서 삐진 것도 아니고 보수가 선거에 참패하여 낙담해서 저러는 것은 더욱 아니다 심각한 얼굴로 가끔 이렇게 숨을 곳을 찾는 재민이 빈방이나 옷장 속에 숨더니 이제는 가구 빈 틈에도 숨는다 숨어있다가 나올 때 표정은 사뭇 다르다 큰 일을 해냈다는 성취감으로 얼굴이 환하다 해우(解憂)의 기쁨이다 아기들이란 수수께끼 문제와 같다 논리로 풀려면 어렵고 상식으로 풀면 쉽다 욕조가 있건만 꼭 물통에 앉아서 목욕을 하는 이유 고향이 그리워서? 할아버지!!! 아기 응가하는 것 목욕하는 것 사진까지 찍어서 공개하시니 쑥스러워요 저도 어린이집에 여자 친구가 있다구요 이렇게 폼나고 자세 잡은 사진만 올려주세요

그래도 꽃은 핀다

봄이다 주막 공원에도 어김없이 자목련이 피었다 꽃은 피었건만 아무도 반기는 이가 없으니 참으로 이상한 봄이다 공상영화에서나 봄직한 괴질의 공포가 현실이 되어 온 세상 사람들이 어디론가 숨어버렸기 때문이다 남의 나라 이야기로 알았는데 보이지 않고, 소리도 없이 우리 동네 까지 코로나 19가 밀려오고 이제는 온 세상을 질병의 공포로 마비시켰다 질병 방역을 위한 사회적 격리로 모든 사람들이 집안에만 있으라니 두 돌 지난 재민이는 엄마와 함께 있어서 좋다 기차를 좋아하는 재민이가 유튜브로 보는 토마스 형제들에 빠져있다 재정이는 엄마와 요리를 한다 재정이는 청국장을 좋아 한다 청국장만 있으면 한 그릇 뚝딱 재민이는 고기가 없으면 밥을 안 먹는다 그것도 쇠고기..... 아이들이 무슨 걱정이 있으랴 엄마, 아빠가 종..

재민이 두 번째 생일

두 번째 생일 아침 재민이가 두 돌까지 키워준 어른들에게 보내는 깜찍한 인사다 어른들이 듣고 싶은 재민이의 말 그 말을 대신한 기저귀 문구가 미소 짓게 한다 탈 없이 잘 커라 그게 효도다 식당 예약시간이 늦었고 배고파 보채는 아이들 때문에 급하게 차린 생일상 촛불이나 켜자는 생일상이 포장도 뜯지 않은 음식들로 차려져 재래시장 좌판이 되어버렸다 재정이는 형이고 재민이는 동생이다 형제는 어디를 가든 손을 잡고 함께 가는 공동 운명체다 형은 동생을 보살폈고 동생은 고마워서 형의 운동화를 빨아 주었다 재정이는 이제 아기가 아니다 재민이 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