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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민이의 걱정

무슨 걱정일까? 엄마에게 야단을 맞은 것도 아니고 형과 싸워서 삐진 것도 아니고 보수가 선거에 참패하여 낙담해서 저러는 것은 더욱 아니다 심각한 얼굴로 가끔 이렇게 숨을 곳을 찾는 재민이 빈방이나 옷장 속에 숨더니 이제는 가구 빈 틈에도 숨는다 숨어있다가 나올 때 표정은 사뭇 다르다 큰 일을 해냈다는 성취감으로 얼굴이 환하다 해우(解憂)의 기쁨이다 아기들이란 수수께끼 문제와 같다 논리로 풀려면 어렵고 상식으로 풀면 쉽다 욕조가 있건만 꼭 물통에 앉아서 목욕을 하는 이유 고향이 그리워서? 할아버지!!! 아기 응가하는 것 목욕하는 것 사진까지 찍어서 공개하시니 쑥스러워요 저도 어린이집에 여자 친구가 있다구요 이렇게 폼나고 자세 잡은 사진만 올려주세요

그래도 꽃은 핀다

봄이다 주막 공원에도 어김없이 자목련이 피었다 꽃은 피었건만 아무도 반기는 이가 없으니 참으로 이상한 봄이다 공상영화에서나 봄직한 괴질의 공포가 현실이 되어 온 세상 사람들이 어디론가 숨어버렸기 때문이다 남의 나라 이야기로 알았는데 보이지 않고, 소리도 없이 우리 동네 까지 코로나 19가 밀려오고 이제는 온 세상을 질병의 공포로 마비시켰다 질병 방역을 위한 사회적 격리로 모든 사람들이 집안에만 있으라니 두 돌 지난 재민이는 엄마와 함께 있어서 좋다 기차를 좋아하는 재민이가 유튜브로 보는 토마스 형제들에 빠져있다 재정이는 엄마와 요리를 한다 재정이는 청국장을 좋아 한다 청국장만 있으면 한 그릇 뚝딱 재민이는 고기가 없으면 밥을 안 먹는다 그것도 쇠고기..... 아이들이 무슨 걱정이 있으랴 엄마, 아빠가 종..

재민이 두 번째 생일

두 번째 생일 아침 재민이가 두 돌까지 키워준 어른들에게 보내는 깜찍한 인사다 어른들이 듣고 싶은 재민이의 말 그 말을 대신한 기저귀 문구가 미소 짓게 한다 탈 없이 잘 커라 그게 효도다 식당 예약시간이 늦었고 배고파 보채는 아이들 때문에 급하게 차린 생일상 촛불이나 켜자는 생일상이 포장도 뜯지 않은 음식들로 차려져 재래시장 좌판이 되어버렸다 재정이는 형이고 재민이는 동생이다 형제는 어디를 가든 손을 잡고 함께 가는 공동 운명체다 형은 동생을 보살폈고 동생은 고마워서 형의 운동화를 빨아 주었다 재정이는 이제 아기가 아니다 재민이 형이다

물 흐르듯

입춘이다 경자년 새해라고 들떴던게 엊그제인데 설을 쇤다고 어정거리다 보니 달력도 한 장이 넘어갔다 벌써 절기상 봄이다 가는 세월에 순응하며 사는 것이 삶의 이치다 평범한 일상에서도 예기치 않은 곡절을 겪으며 살아가지만 세월만큼은 언제나 정직하고 변함이 없었다 봄이면 꽃이 피고, 여름에는 열매가 열리고, 가을에는 열매를 거두고, 그 열매를 먹으며 삭풍이 부는 겨울을 난다 가는 세월 순서는 여전히 변함이 없는데 올해 겨울은 수상하다 길지도 않지만, 짧다고도 볼 수 없는 생을 살았지만, 올해 같은 겨울은 처음이다 손발이 시리도록 춥지도 않았고 눈 한번 내리지도 않았다 동지섣달에도, 제일 춥다는 대한에도 눈 대신 장맛비 같은 비가 내렸다 올해만 그런 것이 아니라 몇 해째 덜 춥고 눈도 적게 내리기는 했다 눈이 ..

생원일기 2020.02.06

은퇴라는 대안학교

영국에는 서머힐 스쿨이라는 실험적 대안학교가 있다. 통상적 학교는 공부를 가르치는 곳이지만 서머힐 스쿨은 학생의 자유를 존중해서 억지로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부모가 원하는 삶이 아니라 스스로 삶의 가치를 깨우치도록 자유를 소중한 가치로 삼는다. 서머힐 스쿨은 유치원에 갈 나이에 입학해서 고등학교를 마칠 나이에 졸업을 한다. 다양한 연령층이 기숙학교에서 생활을 하지만 학년 개념이 없고 자신에게 맞는 수준의 수업을 하는 선생님을 찾아가 하고 싶은 과목을 배우는 교육방법이다 처음 입학한 어린아이들은 수업에는 관심이 없고 친구들과 산으로 들로 돌아다니며 신나게 논다고 한다. 친구들과 어울려 자유롭게 노는 것을 배우는 것이 서머힐 스쿨 교육 시작이다. 몇 년을 놀다 보면 형들처럼 책을 읽고 싶고, 피아노를 치고..

생원일기 2020.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