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원일기 290

약속시간

지인으로 부터 식사초대를 받았다 마누라 휴대폰으로 문자가 왔다고 해서 약속 시간에 맞추어 외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약속시간이 조금 남아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그 지인으로 부터 왜 안오느냐고 전화가 왔다 마누라는 분명히 7시라고 하면서 전화문자를 내게 보여 주었다 "17시에 00에서 만나자"라고 적혀있었다 지금 시간은 5시30분이었다 우리는 저녁을 굶고 각자 딴방에서 잤다

생원일기 2016.12.21

심 봤다

[심 봤다]지난 6월 중순경이었다. 담 하나 사이로 이웃에 사는 김씨가 밤늦게 나를 찾아 왔다. 평소 부터 낯은 익지만 특별히 아는 사이랄 것도 없는 김씨다. 김씨는 보따리 하나를 들고 엉거주춤 서 있었다. “ 전매국에 다닌다기에 찾아 왔심니다......” 듣던 대로, 사람 좋기는 그만이지만 동네 허드렛일 품팔이로 근근히 살아가는 김씨는 전매청을 옛적 이름인 전매국으로 착각하고 있을 만큼 무지렁이 였다. 외출에서 금방 돌아온듯 헐렁하게 걸친 낡은 밤색 양복 위로 허수아비처럼 깡마른 그의 몸은 목이 유난히 길어 보였다. 때에 쩔어든 머리는 수세미 같았으며 흘러내리는 땀은 누룩뜨는 냄새도 났다. 용건을 물으니 환갑이 불원한 나이에도 불구하고 서른 일곱 밖에 되지 않은 나에게 허리를 조아리며 걱정거리가 있어 ..

생원일기 2016.12.21

주머니 칼

주머니 칼 나는 가끔 아이들 책상서랍을 뒤져 못쓰는 장난감을 한 소쿠리씩 쓰레기통에 던져 버린다. 로봇, 자동차, 총, 공 …… 돈으로 치자면 기껏해야 천원 내외의 하잘것 없는 것들이지만 아이들이 엄마를 졸라 어렵게 얻어낸 동전 한닢을 들고 장난감 가게에서 똘망똘망 눈을 굴리며 고르고 고른 물건들이다. 그러한 장남감들은 산지 며칠이 못가 고장이 나기도 하고 싫증이 나서 이방 저방 천덕구러기로 굴러 다닌다. 그런것들을 어른들이 아깝기도 하고 혹시나 싶어 서랍에 넣어둔것 들이다. 황당무계한 모양으로 끝 없는 우주를 날아 다니던 로봇, 현란한 색깔과 모양으로 세상에서 제일 힘세고 멋지기를 바랬던 무사들은 아이들의 허황된 꿈과 함께 그렇게 버려지는 것이다. 년말이 되면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빠쁘다. 사업은 사..

생원일기 2016.12.20

선생님께 보낸 편지

문00 선생님 안녕하십니까.박용순의 아버지입니다.자식을 맡기고도 한번 찾아 뵙지 못하고 이렇게 편지로 대신하게 되어 송구스럽습니다.저희 용순이가 이번에 선행 장학금을 받게 되었다니 너무나도 고맙고 감사합니다. 우리 아이보다 더 착하고 더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아이에게 평생 자랑거리와 용기와 희망을 심어준 선생님의 배려에 어떻게 보답해야 할까요.용순이가 초,중학교와는 달리 학교생활에 더 없이 만족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려고 하는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며 장학금이 아니더라도 모두가 그간의 선생님들의 숨은 노력이었음을 고맙게 생각해온 바입니다.선생님들이 학교의 특수성을 이해하고 아이들에게 좌절감이나 열등감을 극복하도록 부단히 노력하신 결과라는 것을 아이들 학교생활 이야기를 듣고 알고 있..

생원일기 2016.12.20

아들에게 보낸 편지

사랑하는 아들 용순에게 용순아, 얼마나 춥고 고생스럽느냐.유난히도 추운 올 겨울에 하필이면 나의 아들들이 입대를 해야 했는지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그러나 모든 것은, 특히 군인으로써 격어야하는 모든 것들은 입대전에도 말했듯이 너의 운명이고 네 스스로 이겨 나가야 할 대한민국 남자의 성인식이자 의무이다. 고맙게도 연대장님께서 너의 훈련일정과 부대배치 안내에 대해서 궁금하고 걱정스러운 모든 것을 충분히 이해가 되도록 알려주셨구나. 너의 편지에서도 아빠가 군대생활 할 때는 상상도 못했을 용어가 있고 내용도 자유스러워서 군대생활의 변화를 실감했다, 안심도 된다. 그러나 군인이라는 기본정신을 다르지가 않을 것이다.상관에게는 절대적으로 복종해야 하고 전우에게는 너의 목숨도 나눌 수 있는 우정이 있어야 하며 시간이 흘..

생원일기 2016.12.20

담배와 국민건강

담배와 국민건강============= 애연가들은 근자에 논란이 되고 있는 국내외 흡연규제 관련 보도에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을 것이다.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담배의 니코틴을 마약성분으로 규정하고 청소년에 대한 흡연규제 방안을 행정권한으로 발표했기 때문이다.제목도 “전쟁” “마약” 등 극한적 표현으로 살벌하기 까지 하다. 그러나 그 내용을 살펴보면 제조나 판매, 그리고 성인의 흡연에 대해서는 기존의 규제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으며 청소년의 건강보호라는 측면만을 지나치게 강조하여 청소년의 흡연억제에 주안을 두고 법이라는 국가공권력을 동원했다는 점에서 9월 부터 발효될 우리 나라 국민건강 증진법과 입법취지와 시행방법, 시기에서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공교롭다. 애연가의 한사람으로 담배가 ..

생원일기 2016.12.20

광고풍선

광고풍선 아침에 배달된 신문을 펼치면 어김없이 너댓장씩의 간지가 들어있다. 피아노 학원 개원, 마을 근처 슈퍼마켙의 새 상품 선전, 새로 지은 연립주택 분양안내, 양복점 할인권 등 내용도 다양하고, 내가 하는 사업을 널리 알리고자 몸부림치는 영세 상인들의 고뇌가 담겨져 있다. 간지의 광고 효과가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광고의 대상이 되는 나의 경우는 낙엽을 쓸어내듯 그냥 쓰레기통에 구겨넣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좀 여유가 있는 일요일 같은 날은 도대체 내용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대충이라도 훑어 보게 되는데, 대개는 믿을 수 없는 천박한 상혼으로 고소를 머금을 때가 많다. 진실성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또 다음날 부터 낙엽을 털어내듯 그 많은 간지들을 쓰레기통에 구겨 넣는다. 우리나라 같이..

생원일기 2016.12.20

뿌리농사

[뿌리 농사] 학교를 졸업하고, 군복무를 마치고, 그렇게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겪는 통상의 사슬에서 풀려나자 전매청 발령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없어진 영월지청 수납과로 초임되었다. 먼 발치로 구경조차 해본 일이 없는 담배농사 경작지도 부서에 푸짐하게 내리는 눈을 맞으며 부임하던 첫날, 계장은 담배경작 참고 도서를 한아름 안기며 한달 동안 이것만 열심히 공부하라고 했다. 학교 교과서에서도 특용작물 과목에 열쪽 정도로 간략히 소개 되었을 뿐인 담배 단일 작물에 초미시적인 생리, 병리 이론에 근거한 경작기술서들이었다. 봄이 오고, 담배 경작인을 찾아다니는 경작지도 출장이 시작되었다. 나의 직장생활 초기는 시험준비하듯 암기한 얇팍한 지식과 귀동냥, 눈치 동냥으로 땜질한 이론이, 산지 경작인들의 ..

생원일기 2016.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