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원일기 290

자식을 사랑한 죄

손자가 돌을 지나니 부쩍 자란다. 네발기기로 안가는 곳이 없다. 손에 닿는 것은 그대로 두는 것이 없다. 손자 돌보기가 보통 힘든게 아니다. 이제는 의사 표현도 조금씩 하기 시작해서 좋고, 나쁨, 싫음을 표정과 소리, 동작으로 알린다. 손자와 의사소통이 조금이라도 되는 점은 손자보는 입장에서는 다행이다. 손자와 의사소통이 이루어 지면서 신기한 일이 생겼다. 며느리나 할머니가 싫은 일을 시킬때, 갖고 싶은데 안 줄때, 손자는 할아버지인 나에게 도움을 청한다. 우리집에서는 내가 제일 어른이니 누군들 내 말과 뜻을 거역할 수 없다. 어린것이 무리의 서열 우위인 할아버지를 어떻게 알아 보고 필요할 때 도움을 받으려 하는지 신기한 일이다. 나는 손자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거절할 수가 없다. 오히려 어떠한 잘못도..

생원일기 2017.01.07

이불판 씨름

병원에서 친구를 만났다 유난히 키도 작고 마른 왜소한 친구인데 성격이 쾌활하고 손재주가 뛰어나 인기가 많은 친구다 젊어서는 키타치며 노래도 잘했고, 사진사로 일하다 지금은 인테리어사업을 한다 옆에는 친구의 부인도 있었는데 친구 부인은 키가 구척이고 떡 벌어진 어깨의 여장부이지만 심성이 착하고 고와서 친구 말에 항상 순종하는 사람이다 친구는 본인이 키가 작고 왜소해서 자식만큼은 키도 크고 덩치도 커야 된다고 생각해서 배우자의 첫 번째 조건은 키와 체격이 큰 여자였다 친구는 키가 크고 체격이 좋은 여자를 찾기 위해서 여자들이 많은 방직공장 사진사로 갔다 점심시간에 공장 정원에서 사원들 사진을 찍어주는 일이었는데 카메라가 귀하던 시절이라 영업은 잘되었다. 서비스로 키타를 치며 노래도 불러서 인기도 좋았다 방직..

생원일기 2017.01.03

치과사진

잇몸이 아파서 치과에 갔다 한참을 기다렸다 간호사가 이름을 불러서 치료의자에 앉았다. 가면 같은 것을 얼굴에 쓰고 조금 누워있으니 의사가 왔다 입을 벌려 보라고 해서 입을 벌렸더니 사진을 찍어 보자고 했다 가면을 써서 얼굴이 안보여 그러는가 싶었다. 다시 옷을 입고 거울을 찾았다 간호사가 왜 옷을 입고 머리를 빗느냐고 물었다 사진을 예쁘게 찍으려고 그런다고 했다 간호사가 웃으며 걱정하지 않아도 사진을 예쁘게 찍어 주겠다고 했다 간호사가 시키는 대로 고개를 젖히고, 턱을 당기고, 김치하고 사진을 찍었다 금방 사진이 나와서 치료의자에 앉았다 그런데 모니터에는 내가 없고 괴물이 입을 떡 벌리고 있다.

생원일기 2017.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