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모를 꽃 주막공원 울타리는 영산홍이다 영산홍 울타리 사이에 이름 모를 꽃이 피었다 샛빨간 색깔이 너무나 강열해서 작지만 멀리서도 잘 보이는 꽃이다 가느다란 넝쿨이 영산홍 줄기를 감고 올라왔고 머리빗살처럼 뽀죽한 잎파리 사이에 나팔처럼 생긴 빨간꽃이 당차게 피었다 처음 보는 꽃이.. 생원일기 2017.10.06
송편을 빚다 송편을 빚었다 칠남매의 막내라 차례를 지낼 일도 없고, 찾아오는 사람도 없고, 찾아갈 곳도 없는 날이 나의 명절이다 식구들 끼리 명절음식으로 먹을 송편만 조금 빚었다 차례를 지낼 음식이 아니니 마누라가 좋아하는 쑥송편을 만들었다 올봄에 논산으로 낚시를 가서 뜯어온 깨끗하고 .. 생원일기 2017.10.03
명절증후군 마누라가 올 추석에도 송편을 빚자고 한다 송편을 빚는 것이 나의 일이기 때문에 나에게 동의를 구하는 것이다 마누라는 송편을 못빚는다 평양에서 피난온 부모 밑에서 자란 마누라는 송편을 제대로 빚어 보지 못한채 시집을 왔다 송편을 빚기는 했는데 손바닥에 둥근 피를 펴고 속을 올.. 생원일기 2017.09.27
用不用說(용불용설) 내차는 1999년식이다 그래도 아직은 쓸만하다 산악이나 험로를 다니기에 적합한 차라 낚시 좋아하고 산나물 캐러다니는 내 취향과도 맞는다 직장에서 시골로 출장을 많이 다녔던 탓에 당시에는 비싸게 주고 산 사륜구동차인데 이제는 오래되니 고물이다 나이가 들어 은퇴한 백수 주인을 .. 생원일기 2017.09.26
치킨게임 마누라가 치킨게임을 하지고 도전을 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치킨내기 게임이다 젊어서는 푼돈도 아낀다고 닭을 사다가 직접 튀겨주는 것을 좋아 했는데 지금은 아니다 일을 많이 해서 피곤하거나 심기가 불편하면 외식를 하자거나 치킨이나 짜장면 내기를 건다 내기 게임은 가위, 바위.. 생원일기 2017.09.22
손맛 손자가 밥을 먹지 않는다 두돌짜리 손자는 밥을 주면 말똥말똥 밥을 들여다 보고, 냄새도 맡아 보고, 그러고 나서 제 맘에 들어야 받아 먹는다 입에 들어간 밥도 뜨겁거나, 맵거나, 짜거나, 입맛에 맞지 않으면 용케도 뱉어낸다 손자에게 밥을 먹이는 일은 인내심과 어떻게든 배불리 먹여.. 생원일기 2017.09.20
블라인드 블라인드 채용이라는 말이 금년도 고용시장의 화두다 이름과 연락처 이외에는 알려고 하지 말고 개인의 능력만 검증해서 직원을 채용하라는 정부의 권고 때문이다 학연, 지연, 혈연에 병든 우리사회의 환부를 도려내는 노력이라는 점에서 환영한다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를 지향하는 첫.. 생원일기 2017.09.19
준사관 내가 살고있는 마을은 참 독특하다 마을을 중심으로 윗쪽에는 군부대가 있고 이랫쪽은 연구단지다 연구단지의 주거지역으로 조성된 마을이다 우리 마을에서 자식자랑은 금기다 아무나 붙잡고 물어봐도 큰아들은 어느 연구소 박사, 둘째 아들은 어느 나라에서 유학중이라고 대답한다 국.. 생원일기 2017.09.18
퇴직자 동우회 TV에서 진행자가 많이 바뀌었다 젊고 세련된 사람이 진행하던 뉴스를 나이 많고 어설픈 사람이 나와서 진행을 하니 생경하다 공영방송 파업 때문이다 세상은 손바닥 뒤집듯 쉽게 바뀌지는 않는다 개혁과 혁신을 하려면 저항이 따르고 저항의 크기는 변화의 속도와 비례한다 아기도 아프.. 생원일기 2017.09.15
고독사 금년에 친구 두명이 상처를 했다 지금 까지는 부모 문상이 대부분이어서 나이든 노인이 자식 앞에서 죽는 것이라 다반사로 여겼다 그런데 이제는 친구의 부음을 듣고 상처 소식 까지 듣는 나이가 되었다 친구부인의 빈소에서 자식같은 상주에게 조문하는 것이 남의 일이 아니다 옛날 기.. 생원일기 2017.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