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어리 저금통 아들이 고등학생 시절이다 학교를 간다고 나간 아들이 두툼한 지갑을 들고 돌아 왔다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 누군가가 흘리고간 지갑을 주워서 가지고 온 것이다 지갑을 열어보니 현금이 많다 꼽혀있는 명함을 보니 아랫층에 사는 직장후배 지갑이다 얼마전에 같은 건물에서 근무하.. 생원일기 2017.09.13
청소반장 손자 재정이는 우리집 청소반장이다 어린이집에 다녀오면 집에 들어서기 무섭게 봉걸레부터 든다 이방 저방 다니면서 청소를 한다 청소가 끝나면 컴퓨터 앞에 앉아서 어린이 율동 동요를 본다 아이 앞에서는 냉수도 못마신다는 말이 허튼 말이 아니다 내가 집안에서 제일 잘하는 일은 .. 생원일기 2017.09.11
손재수 잠을 잘 수가 없다 밖에서 여자가 전화로 떠드는 소리 때문이다 목소리가 거의 악을 쓰는 수준이라 시끄러워서 잠에서 깨어났다 전화를 하다가 전화를 끊으면 엉엉 소리를 내어 울고, 다시 전화를 걸어 악을 쓰는 것이 한시간이 넘었다 시간을 보니 새벽 세시다 밖에는 가을비가 부슬부.. 생원일기 2017.09.08
채송화 전봇대 밑에 빨간 꽃이 피어있다 걸음을 멈추고 들여다 보니 채송화다 넓고 기름진 땅이 지천인데 하필이면 구석지고 척박한 전봇대 밑에 뿌리를 박고 꽃을 피우니 가엽다 그래서 채송화의 꽃말이 청순과 가련인가 보다 동요 "꽃밭에서"에 등장하는 채송화는 봉숭아, 나팔꽃과 함께 우리.. 생원일기 2017.09.07
이웃집 원수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있지만 믿지 않는다 세상을 살아보니 나를 힘들게 하고 어려움을 주는 사람은 나와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이다 싸움을 제일 많이 한 사람은 마누라다 사랑과 미움이 교차하며 많은 갈등을 빚는 것은 자식이다 이웃집 여자와 남의 집 자식에게는 항상 웃으며 좋은 말.. 생원일기 2017.09.06
마이너스 통장 통장잔고가 마이너스가 된지 한달이 넘었다 대출이자가 얼마나 나올까 궁금했는데 230원이 나왔다 들쑥 날쑥 잔고가 몇 만원에서 부터 시작하여 많게는 30만원 까지 마이너스 기록이 있다 한달간의 대출이라 정확히 몇%의 이자라는 산정 기준도 의미는 없다 문제는 이자가 의외로 적게 나.. 생원일기 2017.09.05
건물주 아랫층 세입자가 나를 피한다 두달째 월세를 못내서 미안해서 그런다 월세 독촉을 하지도 않는데 자격지심으로 그러니 나도 문밖으로 나서기가 조심스럽다 조그만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는 시류에 무척 민감하다 지난해 겨울 촛불집회가 시작되면서 부터 아랫층 횟집에는 손님이 눈.. 생원일기 2017.09.04
하필이면 고추농사는 끝났다 하얗게 꽃이 피고 탄저병에 걸리지도 않았지만 김장무와 배추를 심으려면 어쩔 수 없이 고춧대를 뽑아야 했다 주말농장의 좁은 땅에서 농사를 짓는 아픔이다 올 고추농사는 평년작이다 초반 첫물은 아주 좋았다 고추도 실하고 날씨가 좋아서 빨갛게 익는대로 잘 말렸.. 생원일기 2017.08.30
할머니의 저출산 대책 비가 내린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해를 본지가 오래다 장마가 끝났다고 했는데 그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장마철 보다 더 많은 비가 더 오래도록 내린다 오늘이 처서다 처서에 비가 내리면 흉년이 든다는 속설이 있다 벼꽃이 필때라 생긴 말이다 나이든 할머니가 거칠게 내리는 비를 피해 .. 생원일기 2017.08.29
구충제 마누라를 따라 마트에 갔다 장마가 길어지고 비가 내리면 폭우로 쏟아지더니 채소값이 천정부지다 마누라가 이것 저것 들었다가 내려 놓고 선뜻 무엇하나 사지를 못한다 민심은 천심이라더니 세상이 어수선하여 무엇하나 편하지 않다 계란매대 앞에서 마누라가 발길을 멈춘다 계란값이.. 생원일기 2017.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