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원일기 290

이 머꼬 - 2

무가 바람 났다 민망하게도 남자인 내 앞에 이렇게 도발적인 모습으로 나타났다 내가 그렇게 기르지 않았다 건강하게 잘 자라라고 물도 주고 비료도 주었다 그런데 이렇게 싸가지가 없이 자랐다 하라는 공부는 하지 않고 야동만 본 놈이 틀립없다 올해 주말농장에서 무가 풍년이다 모두 쑥쑥 자라서 모양도 예쁘고 탐스러운데 요놈 하나만 이렇게 요상하게 생겼다 오늘 무와 배추를 수확했다 올해 김장 채소는 풍년이다 금년 주말 농장 목표는 김장재료를 농사로 조달하는것 이었다 마누라와의 약속을 지켰다 배추는 속이 덜 찼지만 그런대로 쓸만하다 대파, 갓, 생강, 쪽파도 남들이 부러워할 만큼 잘 자랐다 고추도 1년 먹을 것은 장만했다 금년 김장은 마늘을 빼고는 내가 농사지은 것으로 담글 수 있어서 좋다 올해 실패한 마늘도 다시 ..

생원일기 2017.11.15

불편함과 동행

시내버스에서는 서서 가기가 불편하다. 서서 가는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앞자리에 앉아 있는 학생의 불편 때문이다. 나이가 어중간한 나를 흘끗 바라보고는 잠든척 하거나 스마트폰에 얼굴을 박는다. 서서 가는 다리의 불편함보다 나를 불편해라는 학생의 태도가 정말 불편하다. 차라리 내 나이와 비슷한 사람 앞에 가서 서 있는 것이 훨씬 편하다 고향마을에 가보면 이순을 넘기고 고희를 앞둔 친구들이 아직도 청년회원이다. 노인회가 있으려면 청년회가 있어야 하는 구조상의 필요 때문이다. 나이가 들었으니 청년도 아니고 더 나이가 많은 사람들도 많으니 노인도 아니어서 기막히게 불편한 우리 세대이다 나는 칠남매의 막내다. 내가 네살때 큰 형수를 맞았다. 큰형수는 내가 중학교를 갈때 까지도 나를 "애기"라고 불렀다. 큰형수가 ..

생원일기 2017.11.08

접시를 깨자

마누라가 하나 남은 접시 마저 깨뜨렸다. 오래전에 직장에서 기념품으로 받은 접시인데 마음에 안들어서 쓸때마다 투덜거리던 접시이다. 쎄트로된 접시라 마음에 안들어도 무던히 참으며 그동안 잘 썼다 우리집은 고물창고다. 우선 사람부터 고물이다. 청소기도 오래되었고 김치냉장고도 오래되었다. 내구년수가 지나서 기계가 처음처럼 원활하지 못하다. 아직 고장이 나지 않아서 쓰고는 있지만 조금이라도 고장이 나면 버릴 수 밖에 없다. 그렇지만 요즈음 기계는 고장도 안난다 고물은 장점도 있다. 수동식이고 기계식이어서 간단한 부품의 고장은 눈썰미있는 수리공에게 맡기면 싼값에 고쳐서 쓸수가 있다. 문제는 부품이 없어서 수리자체가 안되는 것인데 유사부품을 어거지로 끼워서 맞으면 쓰고 맞지 않으면 도리없이 버려야 한다 청소기는 손..

생원일기 2017.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