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이 그놈1
내가 세상과 소통하는 자리는 소파다. 직장에 다니며 사회활동을 할 때는 잠시 머무는 자리였지만, 은퇴 후에는 하루의 절반 이상을 이 자리에 앉아서 세상과 교감한다. 여명(黎明)의 시간에 일어나 어슴푸레 잠에서 깨어나는 창밖의 숲을 바라보는 것이 나의 일과 시작이다. 투명한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숲에서 계절의 변화를 읽는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의 숲을 바라보며 흘러가는 세월 따라 나도 변한다 숲은 벽에 걸린 풍경화처럼 항상 그 모습 그대로 처럼 보이지만 매일 지켜보면 생동감이 넘치는 유기체다. 키를 재고 서 있는 나무들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그늘을 지워 사람들을 품 안으로 불러 모은다. 새들도 산다. 까치와 참새, 박새, 딱따구리 같은 텃새는 이름이라도 알지만, 잠시 머물다 떠나가는 철새는..